|
 |
|
| ⓒ e-전라매일 |
| 무심한 탓에 발병이 났다 닳아빠진 관절마다 귀뚜라미가 사는 줄 몰랐다 생의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울어댄다 눈만 뜨면 일 년 열두 달 쉬는 날 없이 혹독하게 부려먹은 탓이다 무릎은 뼈아픈 질책을 던졌지만 세상 것을 너무 사랑한 나의 무능함과 덧없음이여 삶이 허망하니 온몸을 바닥에 붙여 쉬엄쉬엄 살라는 깨달음의 순간이다 어디 발뿐이겠는가 세상천지 많고 많은 사람이 끝 모를 바닥에 밑을 대주듯 발만도 못하게 짓밟히며 살아가는 잡초 같은 고단한 삶 지친 발들은 쉬어주고 손을 내밀어 주물러 주어야 한다는 걸 그걸 몰라 오늘 병이 났다지독한 병이 났다 삶이란 발이 새긴 기록이 아니던가
<시작노트> 해가 아침을 열어 재치면 할 일들을 줄을 선다. 다람쥐 채바퀴 돌 듯 동선은 같으나 무시로 발은 내가 아닐 때가 있다. 자본주의가 시키는 대로 가고 오고한다. 삶이란 발이 새긴 기록이라지만 세월이 오고 감이 부질없으니 찬찬히 쉬어가야겠다.
/박영택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