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함께 가는 길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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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If you want to go fast, go alone. If you want to go far, go together.)”는 말이 있다. 혼자서 빨리 가면 된다는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경쟁심을 갖기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친지들과 함께하는 기쁨을 알고 서로 배려하고 도우면서 선의의 경쟁 안에서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소중함을 마음 속 깊이 간직하라는 얘기다. 우리 마을에 80이 넘은 혼자 사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매일 마을 여기저기 쓰레기통을 뒤지며 폐휴지나 재활용 고물들을 모은다, 허리가 굽어 몸도 잘 가누지 못하시는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자 동행한 적이 있다. 우리 집에 있는 버려야 할 책들을 모두 가져가시라는 말로 슬쩍 할머니의 사연을 들을 양으로 한나절을 할애하기로 하고 접근을 시도했다. 여간해서 말씀을 하지 않는다는 말에 미리미리 나의 작전계획(?)을 짠 것이다. 아들이 모두 잘 살지만 의탁하지 않으려는 성미 때문에 하루도 쉬지 않고 폐휴지를 주워 모은단다. 좁은 골목에 창고 아닌 창고에 많은 폐휴지가 쌓여있었다. “이걸 팔아서 어디에 쓰려고 해요?” 나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그건 알아서 뭣 헐려고 그려.” 하고 별것을 다 묻는다는 투다. 아드님이 용돈도 준다면서 왜 이런 고생을 하시느냐고 묻자. 나는 돈이 필요 없다면서, 할머니보다 더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것이다. 나는 궁금증이 더 해 “할머니보다 더 불쌍한 사람이 누군데요?” 하고 물었다. 할머니의 사연을 듣고, 내가 살아온 길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이었는가를 생각하게 됐다. 할머니는 혼자서 두 아들을 공부시켜 서울에서 훌륭한 자리에 있게 만들고 매일 모으는 폐휴지를 팔아 저축한 돈 십여만 원을 노인 요양 복지병원에 있는 환우들에게 보낸단다. 돈이 모이면 동네 누군가에게 요양병원에 차로 데려다 주면 직접 현금을 전달한단다. 조건은 간단하다. 자기가 수족을 못 쓸 때 그곳에서 살게 해달라는 것이다. 몸이 성할 때 모은 돈으로 노후를 위해 저축하는 셈이다. 한 달에 많아야 십여만 원 정도의 돈이 별것 아니어서 부지런히 일해야 그분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살 것이라며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도록 신신당부를 한다. 자녀들이 준 용돈은 손자들 과자 값도 모자란다고 궁색(?)까지 떨면서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힌다. 할머니는 80년이 넘는 먼 길을 누구와 함께 왔을까? 누구와 함께 살고 싶었을까? 멀고 험한 길을 누구를 위해서 걸어왔을까? 어린 자녀들을 위해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심지어 답답하기까지 해 또 물었다. “ 할머니, 할아버지는 어디 계셔요?” 하자 “그건 왜 물어? 젊어서 깨 팔러 가서 여태껏 안 오는데…” 젊은 날에 사별한 것이다. 할머니는 동행할 짝도 없이 자식을 위해 아니 자식과 동행의 길을 이곳 80이 넘는 고개까지 멀리 왔던 것이다. 과연 혼자 있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우리는 함께 가는 사람이 있기에 멀리 갈 수 있다. 혼자라는 단어는 쓸쓸할 뿐 아니라 삶의 의미도 무미건조해 오래 살지 못하는 것이다. 아무리 진수성찬이라도 혼자의 밥상은 밥맛이 없는 것이다. 소찬이라도 함께 먹을 수 있는 배우자나 가족과의 밥상이 즐겁고 맛있는 것이 아닌가. 할머니는 젊은 날엔 아들과 지금은 노인복지병원의 환우들과 동행의 삶을 걸어가고 계시는 것이다. 그러기에 멀리 걸어왔고 또 멀리 가려고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것이다. 멀리 함께 가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면 당신은 누가 떠오르는가? 얼른 떠오르는 사람이 없거나 아니면 너무 많은 사람이 생각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떠오르는 사람이 빨리 생각나지 않는다는 건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혼자 걸어온 삶이 너무 많았다는 증거다. 너무 많은 사람이 생각난다면 그 사람들과의 마음을 나누며 느리더라도 함께 걸어온 삶이 보람과 희망으로 점철된 인생이라고 여겨도 된다.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모든 좋은 것들은 먼 길을 가면서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슬기, 행복, 즐거움 등 모든 것을 알고 소유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이렇게 멀기 때문에 빨리 갈 수가 없다. 인생이라는 먼 길을 가려면 마음씨 고운 동행인이 있어야 한다. 혼자서는 누구도 그 거리를 감당할 수가 없다. 지금 나와 함께 걷고 있는 가족과 친구, 동료들에게 늘 고마워해야 한다. 내 마음과 몸이 그들에게 깊이 의지하고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 그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 당신은 누구와 함께 가려고 하는가? 예수님이나 부처님과 같은 성인의 그늘 속에 내 이웃과 작은 정(情)이라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어떠한가? 성인의 그늘이 아니라도, 조그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즐거움으로 포장된 함께 가는 길을 택하면 어떨까? 외롭고, 홀로 산다고 혼자 가려는 마음을 버리고, 누군가와 함께 가는 길은 내일의 밝고 맑은 축복의 문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나 인 구 전북문인협회 이사 전북수필 감사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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