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어머니의 외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16일
|
 |
|
| ⓒ e-전라매일 |
| 닷새 째 전화를 드리고 있다. 얼굴의 부기는 빠졌는지 약은 잘 바르셨는지 여쭸다. 이제 물세수를 해도 된다고 말씀드려도 하루만 더 참아 보겠다고 하신다. 몇 주 전 주말에 어머니를 뵈었는데 별안간 얼굴에 핀 검버섯이 눈에 거슬렸다. 이제야 눈에 띨 만큼 새로 생긴 것이 아닌데 새삼스레 내 맘에 꽂힌 것이다. 하필 콧잔등을 중심으로 좌우로 늘어진 검은 점도 몹시 거슬린데 검버섯 위에 흰 반점이 겹쳐 있는 것이 못마땅했다. 이제 여든 중반인 어머니는 농사를 지으며 사셨다. 칠순부터 시내 노인대학을 다니면서 도시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삶의 영역을 늘렸다. 유머와 재치가 있고 흥이 많은 어머니는 봄가을로 나들이를 갈 때면 인기가 더 좋으셨다. 어머니의 변신은 쌍꺼풀 수술을 하신 것이 시작이다. 노인대학 수강생 중에서 몇 분을 선정해 무료로 쌍꺼풀 수술 혜택을 주셨는데 뽑힌 것이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인상이 달라져서 잘못 했구나 했지만 얼마지 않아 만족했다. 눈이 커져서 인상이 밝아지셨다. 이렇게 다양하게 노년의 즐거움을 찾던 노인대학을 코로나19의 창궐과 함께 나가지 못하니 답답해하신다. 며칠 전 레이저로 검버섯 제거 치료를 하시는 어머니 보호자로 서 있었다. 의사선생님은 시술비가 많이 든다며 최종적으로 의사를 타진했다. 침대에 누워계시던 어머니께서 눈을 번쩍 뜨신다. 생전 처음 레이저시술이라 걱정이 태산 같을 텐데 돈이 많이 든다는 말에 눈이 절로 떠졌으리라. 걱정 마시라는 듯 눈을 깜박이고 의사선생님께 또렷하게 말했다. “괜찮아요. 깔끔하게 해주세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머니는 말씀하셨다. “아까 대기실에서 옆에 아줌마가 딸인개 검버섯도 빼준다고 하더라. 딸이 최고람서.” 그새 시술할 때 아팠던 것을 다 잊으신 듯 음성이 밝으시다. 집에 도착해 냉찜질을 해드렸다. 모처럼 어머니 곁에 나란히 누워서 도란도란 이야기도 했다. 친정집에 갈 때면 이런 시간을 꿈꾸며 가지만 막상 둘만의 시간은 쉽지 않다. 두 시간 정도 냉찜질을 하자 부기가 내렸는지 차다고 하신다. 말씀 중에 한동네 아주머니가 연세가 다섯 살이나 더 많은데 얼굴에 잡티가 없어 피부가 유난히 곱더란다. 그동안 그분의 유난히 고운 피부를 보면서 내심 부럽기도 하셨나보다. 이 딸도 일찌감치 검버섯을 제거했다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다. 연세가 높아지면서 불편을 해소할 일이 하나씩 챙겨진다. 시력은 좋은데 청력이 약하시다. 그동안 텔레비전을 볼 때면 자꾸 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느꼈다. 잘 안 들려서 불편하신가 여쭤보면 괜찮다고 하셨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 싶어 참을 만 하다고 하신 것을 그대로 믿은 것이 문제였다. 단 하루 함께 생활하는데 지나치게 큰 TV소리가 우리를 괴롭혀 그제야 보청기를 해드리게 됐다. 자식들이 참 어리석다. 우리가 불편하니 어머니의 불편함을 덜어드리게 됐으니 말이다. 고향집으로 돌아가신 어머니께 매일 전화를 해서 약은 잘 바르시는지 여쭙고 있다. 날마다 얼굴이 새까맣게 변하는데 괜찮은 거냐고 물으면서 음성은 여느 때보다 한 옥타브 높으시다. 코로나 19로 노인대학을 가지 못하는 두 해 동안 여기저기 보정을 하셨으니 화려한 외출을 기다리고 계시리라. 유년시절 내가 소풍 가던 그날, 고운 한복 차림에 파라솔을 쓰고 손수 만든 점심도시락을 들고 우리를 따라오셨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황 점 숙 전주문인협회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16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