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우보(牛步)의 미학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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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이 꽉 막힐 때 모든 걸 놓아버리고 우보의 걸음으로 무작정 길을 걷다 보면 뜻하지 않게 해결책이 찾아오곤 한다. 산벚꽃이 시리도록 눈에 들어차는 그런 날이면 좋겠지만, 그런 날이 아니더라도 한 시간이든 두 시간이든 짬을 내서 발 가는 대로 걷다가 닿은, 노을이 반쯤 걸린 도시 변두리의 어느 한적한 골목 어귀에서 잠시 발을 풀고 머물다 보면 뭔가 문득 스물스물 기어 나오는 기분 좋은 답을 만난다. 마치 은행에 넣어둔 예탁금처럼 만기 되어 이자와 함께 되돌아오는 작은 쾌감을 느낀다. 살다가 마주친 난제가 비로소 제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걸으면서 얻는 즐거움이 지난한 일상의 살림꾼 노릇을 한다. 길 위에서 추스른 위안이 다시 앞길을 연다. 길을 걸으며 보았던 많은 풍경이 스크린처럼 흘러가면서 타인에 대해 이타적인 행동으로 돌변하기도 한다. 의학적인 면에서도 걷기는 항우울 효과와 더불어 심혈관을 강화하여 심장도 튼튼하게 하고 장수에 이르게 한다고 한다. 도널드 홀은 그의 에세이 ‘죽는 것보다 늙는 게 걱정’에서 ‘젊었을 땐 현재를 견딜 수 없어 미래를 살았고, 노인이 되어서야 비로소 현재를 산다.’라고 말한다. 노년에 들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가끔은 힘들어하면서 평범하게 사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닌가 싶다. 세월 앞에 여전여전 살아준 생을 감사히 여긴다. 그런 마음으로 길을 걷는다. 일설에 의하면 사람이 평생 걸을 수 있는 길은 지구 네 바퀴 반이라고 한다. 나는 이 네 바퀴 반을 채우기 위해 오늘도 느릿느릿 우보의 길을 걷는다. 타인의 행복이 개인의 행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하버드대학 연구팀이 20여 년간 1만 2067명의 행복도를 조사했더니, 그 결과 1마일 안에 사는 행복한 친구는 개인 행복을 25% 올려주고, 가까이 사는 형제자매는 14%, 동거하는 배우자는 8%, 이웃 사람은 34% 올려준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그러나 직장 동료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이왕이면 걷는 길이 행복한 친구나 이웃이 있는 길이었으면 좋겠다.
/곽진구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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