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그 여자네 집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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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여자네 집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조용한 날이 없다. 그 여자네 집은 우리 집 바로 앞에 있다. 매일 농기계의 시끄러운 소음으로 어수선하지만, 그녀는 그 소리를 즐기며 행복하게 산다. 이른 새벽이면 부지런한 농부들의 발자국 소리에 앞집 누렁이가 컹컹 짖어댄다. 누렁이네 집 창문에 불이 켜지고 잠을 떨치지 못한 그녀도 아직 어둠이 깔려있는 논밭을 둘러보러 나간다. 마을의 여기저기에서 이어지는 부릉부릉 오토바이 소리와 통통 경운기 소리는 아침을 재촉하는 친숙한 농촌의 소음이다. 비가 오는 날에도 그 여자네 집은 ‘뚝딱뚝딱’ 농기계 고치는 망치소리가 빗소리와 박자를 맞춘다. 그 여자네 집에는 농기계라면 없는 것이 없다. 농사를 많이 짓는 시골집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가지런히 정돈되지는 않았다. 미쳐 흙을 털어내지 못한 농기계들이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하고 마당 한편에 내동댕이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흙을 다루는 농기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농사일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까닭도 있다. 그 여자네 집 마당에는 자전거와 좁은 농로를 순발력 있게 다닐 수 있는 오토바이, 밭을 가는 관리기와 경운기,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용달차, 외출할 때 타는 승용차, 모심기를 하는 이앙기, 단단한 땅을 가는 트랙터, 벼를 베는 콤바인, 농산물을 올리고 내리는 지게차와 농사지을 때에 쓰이는 자재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다. 하물며 벼를 말리는 대형건조기까지 농기계란 기계는 다 갖추고 있다. 대형건조기가 있어서 우리 마을 농가들은 물론 인근의 많은 농가들이 추수한 물벼를 그 여자네 집에 맡겨 건조시킨다. 그녀의 친정은 김제라고 했다. 농사일은 김제의 넓은 들에서 부모님이 하시는 것을 보아왔기에 익숙하겠지만 자기 소유의 논이 없으니 팍팍한 삶이었다. 어쩔 수 없이 어린 아이들을 주인집 할머니에게 맡기고 이집 저집 돌아다니며 농사일을 해주는 품팔이를 시작했다. 점심때가 되면 아기에게 젖을 먹이려고 바삐 집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무척이나 안쓰러웠다. 그런데도 남편은 아이를 돌보기는커녕, 늘 술에 취해 살았다. 하루를 빠뜨리지 않고 마시는 술에 몸이 온전할까. 자식들이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쯤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고, 남은 식구들은 사는 것이 옹색해, 월세 방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강했다. 연약한 몸으로 논을 조금씩 임대로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임대농사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갔고 억세게 일한 나머지 남편 없이 혼자서 셋이나 되는 자식들을 대학까지 가르쳤다. 열심히 사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고 자식들도 착하게 자라 좋은 직장에 취업 했다. 반듯하게 새집도 지었다. 그 집이 바로 우리 앞집이다. 그녀가 임대한 논이 많아져 막내아들이 어머니의 일을 돕다 보니, 직장 생활보다는 농사일이 났겠다고 느껴졌는지, 팔을 걷어 부치고 농사일에 뛰어 들었다. 이제는 살림이 넉넉해져 앞집을 바라보면 내기분도 흐뭇하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했던가? 어려운 상황을 꿋꿋하게 이겨내며 억척스럽게 살더니, 기어이 가난을 극복하고 성공했다. 세상은 열심히 사는 자의 몫인 것 같다. 요즘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예쁜 손자의 ‘까르르 까르르’ 웃음소리가 담을 넘어 들려온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행복한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정성려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3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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