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조기매운탕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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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때문에 방콕생활을 하면서도 입맛은 변치 않아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이 많았다. 우수 경칩이 지나자 개운한 조기매운탕이 생각난다고 말했더니, 아내는 시원한 바닷바람도 쐬고 비릿한 생선 냄새도 맡을 겸 날을 정해 곰소로 가자고 했다. 생선은 알이 벤 것보다는 베지 않은 것이 고기의 맛이 더 좋다며 서두르자고 했다. 예정된 날 아침에 식사를 마친 아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방 안에서 TV만 시청하고 있었다. 곰소의 상회에 전화를 걸었더니, 생조기는 10,11,12월이 돼야 살 수 있다고 하면서, 뜬금없이 웬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를 하느냐는 핀잔을 들었단다. 그러면서 냉동된 조기를 사러 곰소에까지 갈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60년대 말, 부안의 모 고등학교에서 근무할 때였다. 6월에 농번기 방학을 이용해 몇몇 동료들과 함께 파시(波市)를 구경하러 위도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파시에서 거래되는 생선은 주로 조기였다. 어부들에게 연평도의 조기가 위도에서 거래되는 까닭을 묻자, 자기들이 그것을 어떻게 알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연평도의 조기는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가 되었다고만 알려 주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내가 생조기 이야기를 꺼냈다가, 뜬금없이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라는 핀잔을 들었다. 그 영문을 알 수 없었으니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조기에 대한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지난 가을에 시청한 어느 방송이 떠올랐다. 제주도 앞바다에서 들려온 조기의 풍어 소식이었다. 그때 해설자로부터 이상기온으로 해수 온도의 변화에 따른 조기 서식지의 이동이라는 설명을 듣고, 위도의 파시가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가 된 것을 유추할 수 있었다. 하기야 요즘엔 동해안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안에서도 잡힌다고 하지 않은가? 그날 아내와 함께 남부시장으로 갔다. 어디에서나 생조기를 구경할 수 없으니 냉동 조기라도 사기 위해서였다. 한 상자를 사서 거실에 내놓고, 하루가 지나니, 조기들이 생조기처럼 제법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필요할 때마다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작은 비닐봉지에 몇 마리씩 넣고, 재포장하고, 냉동실에 차곡차곡 보관했다. “제주도에까지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그런지 제법 통통하네요!” 조기매운탕을 끓이려고 남긴 몇 마리를 손에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아내가 한 말이었다. 아내가 부엌으로 가서 생고사리 대신에 무를 썰어 넣고 매운탕을 끓이는 동안에 나는 소주병을 식탁에 올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조기매운탕이 그렇게 먹고 싶었어요? 안 사왔더라면 큰일 날 뻔 했네요!” 식탁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아내가 한 말이었다. 나는 대답 대신에 한 손엔 술병을 그리고 다른 손엔 술잔을 들어 보이며 웃고 있었다. 잠시 후에 나는 호랑이 담배 먹던 이야기 대신에 “카~아, 카~아” 소리만 연발했다.
/이희근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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