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여행의 묘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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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 산행에 대한 추억 이야기 한 자락 풀어 놓겠다. 산야는 온통 꽃 천지인데다가 사월의 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와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봄날이었다. 마침 연휴여서 동료와 함께 남도 행 배낭을 꾸렸다. 영암 터미널에 내리니 아주 작은 소읍이었다. 월출산 아래 진달래 꽃밭에 앉아 점심을 먹고 바로 월출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월출산은 생각보다 오르기가 가팔랐다. 등산객 중 누군가가 월출산은 오를 때는 악산(惡山)이지만 다 올라가 정상에서 보면 미산(美山)이라 한다. 힘들지만 참고 오르기로 한다. 바위들이 많아 미끄럽고, 4월인데도 햇볕이 강렬하다. 목이 타고 등에 땀이 흥건하다. 출렁다리를 건널 때는 사뭇 떨리기까지 했다. 고생 끝에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참으로 아름다운 미산이었다. 남한의 금강산이라더니 과연 그렇구나! 높이는 800여 미터밖에 안 되지만 동서남북 툭 터져서 시원한데다 남쪽으로는 남해 전경이 멀리 펼쳐져 있고 수많은 다도해 섬들이 점점이 찍혀 있어 한 폭의 아름다운 동양화 같았다. 하산할 때는 쉬엄쉬엄 산을 즐기면서 내려왔다. 도갑사 근처에 내려오니 날은 어둑어둑 저물었다. 무려 산행을 8시간이나 한 것이다. 예정보다 더 걸렸지만 참으로 멋지고 즐거운 산행이었다. 영암읍으로 들어와 택시를 타고 기사님과 함께 숙소를 돌아보았다. 워낙 소읍이라서 여관은 세 군데 밖에 없는데 월출산 등산객들이 많이 몰려서 여관엔 빈방이 없다 한다. (인터넷도 펜션도 없던 시절이었다.) 거리엔 벚꽃 향기가 흐드러지고 새 울음까지 봄밤을 무르녹게 하는데 우린 그야말로 행복한 유랑의 슬픔(?)을 느껴야만 했다. 어쩌지? 노숙은 안 될 말, 순간 묘안이 떠올랐다. 그래 성당에 가보는 거야. 궁하면 통하는 법. 다시 택시를 타고 성당으로 향했다. 나지막한 언덕 위 고풍스런 시골 읍 성당. 꽃향기 그윽한 저녁 무렵 벚나무 그늘 아래에서 두 분이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아마도 신부님과 사무장님? 아! 살았구나. 인사를 드리고 신분을 밝히고 사정 이야기를 하고. 두 분은 우리를 안심시켜주고 나서 사무장님이 어디론가 전화를 하고 난 잠시 후에 중학생인 듯한 아이 하나가 왔다. 하느님! 고맙습니다. 2층집 빈 방으로 안내를 받았는데 주인은 시장하겠다고 저녁상까지 차려다 주는 게 아닌가. 그야말로 저녁밥은 꿀맛이었다. 이튿날 성당에 올라가 새벽 미사를 드렸다. 외국 신부님이라서 더욱 감동이었다. 선물을 준비해서 주인댁과 신부님께 드리고 우리는 다시 다산초당으로 즐겁게 향할 수 있었다. 여행길에서는 생각지 않았던 돌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만남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나의 월출산 기행은 예상 못했던 일이 생겨났으나 그 상황을 지혜롭게 헤치고 특별한 만남을 가졌던 귀한 시간들이었다. 그런 게 바로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월출산 등반은 산악의 경관도 인상 깊었지만 영암에서의 봄밤, 길 잃음과 새벽 미사의 신선한 만남은 내 가슴에 또 하나의 아름답고 멋진 추억으로 오래오래 남아 있다.
/우미자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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