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그래도 새봄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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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소식을 전하는 풀꽃이랑 매화 소식이 그리 새뜻하지 않게 정이월 다 가고 춘삼월도 어느덧 가고 있다. 겨울다운 설경도 구경하지 못한 채 그리 가버린 겨울이어서 봄인가 싶지 않았다. 하지만 거리로 나가면 매화꽃 무리와 산수유나무가 무리 지어 봄을 구가하는 것 같다. 개나리도 피고 목련도 우아한 꽃봉오리를 벌리고 있으니 과연 봄이로구나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구의 온난화가 실감 나게 다가오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코로나 19 펜데믹’이라는 것도 빨리 물러나지 않고 매일 뉴스에서는 확진자 숫자를 알리기가 바쁘다. 거기에 더해서 삼월은 울진에서 시작한 산불이 강원도까지 번지면서 험난한 소식이 연달아 나오니 맥없는 열이 오르기도 했다. 거기다 지구의 한가운데서 또 전쟁 소식이 한 달 동안 매일 연속되고 있다. 세상에서는 연거푸 험난한 소식이 끊이지 않건만 자연은 계절의 소식을 말없이 전하고 있다. 봄꽃들이 전하는 말을 사람은 듣지 않고 자연에 어긋나는 일만 거듭하고 있지 않은가. 햇빛이 좋은 날은 봄을 찾아 집 밖을 나서야 한다. 매일 주변의 외곽도로를 나가보면 봄소식의 전령인 매화나무들이 환하게 길을 비추곤 한다. 마음으로 매화도를 그리면서 옛사람의 매화 사랑을 함께 비추어 보기도 한다. 김홍도의 매화 그림 이야기는 유명했다. 어느 분에게서 3,000냥을 받고 매화를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은 김홍도는 달이 가고 해가 바뀌어도 그림은 그리지 않고 매화나무를 심는데 2,000냥을 쓰고, 매화 텄다고 지인들과 매화 연을 벌이는데 800냥을 쓰고, 매화 그리는 화구 값으로는 겨우 200냥만 들었다고 하지 않은가. 지금 생각하면 매화를 그만큼 알고 사랑할 줄 알아야만 매화 그림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글을 쓰는 일도 그러했을 진 데 참 부끄럽다. 김홍도보다 후대 조희룡의 매화만 해도 그렇지 않은가. 홍매를 한 송이씩 그리면서 겨울을 보내고 매화 병풍 두르고 매화차만 마셨으니 좋은 매화 그림을 남길 수 있었겠다. 옛 선비들의 무거운 사군자의 상징성을 내려놓고 단지 아름답고 화사하고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환해지는 그의 그림이어서 더욱 좋다. 그런 꽃이면 족하리라. 젊은 한때, 문인화 공부를 하러 다녔다. 여름에 회원들이 스승과 함께 설악산과 동해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스승은 ‘미스 조는 참 풍류객 같다.’는 말을 내게 한 적이 있었다. 어떤 점을 보고 그리 말씀하셨는지 몰랐다. 매화나무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때였다. 문인화를 배우다 보니 매화 그림을 볼 수 있었고 그대로 홍매나 청매를 흉내 내어 관념적으로 그렸다. 후에 매화를 보았을 때는 감히 그릴 엄두가 나질 않았다. 이제 풍류를 즐길 만한 나이와 처지가 돼서야 옛 스승의 말씀을 헤아려 본다.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봄이면 섬진강 가의 언덕마다 매실나무가 지천이다. 청매실 농원의 매화 축제는 더 이상 매화지절을 노래하지 않고 매화 뽕짝이 즐거울 뿐, 그냥 초봄 어느 꽃나무보다 추위를 마다지 않고 먼저 화사하게 모습을 드러내어 주니 기쁘게 반기면 될 일이다. 더는 매경한고발청향(梅經寒苦發淸香)이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 매화 그림 흉내 내던 날이 그래도 젊은 시절이었다. 사군자의 어떤 풍정 한 점이라도 몸 의식에 들어와 있으면 다행이겠다. 심심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내 젊은 시절에 안녕을 고하면서. 어찌하건 다시 봄, 매화로 시작해서 산수유, 본격적으로 목련, 진달래, 개나리가 살며시 날갯짓을 한다. 그리고 봄의 절정, 벚나무 꽃구름이 일어날 자세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은 볼일 많은 봄. 더는 탐하지 말아야 할 일인 것을….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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