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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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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곰팡이가 나타났다. 그것도 푸른곰팡이. 3년 주기로 담는 아파트에서의 장 담그기가 몇 번의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말날에 손 없는 날까지 찾아가며 완성도 높은 장맛을 내고자 했다.
그래서 방부제 역할과 풍미를 더해준다는 옻나무까지 넣어가며 부산을 떨었는데, 전에 없던 곰팡이가 생긴 것이다. 아마도 간장으로 맛이 몽땅 빠져나갈까 봐소금물을 적게 부었더니 메주가 표면으로 드러나 대나무로 얼기설기눌렀음에도 솟구치던 모서리에 잠시 방심한 순간 자리 잡은 모양이다.
해결책을 찾고자 인터넷의 이곳저곳을 들쑤셔도 곰팡이가 나쁜 건확실한데 그대로 둬라, 긁어내야한다 의견이 분분했다.
장 가르기를 하기까지는 아직 이십여 일 남았고 그대로 둔다면 한쪽 모서리의푸른곰팡이가 점차 세를 확장할 건 분명한 일이었다. 긁어내기로 결정하고 나무 주걱과 수저를 들고 뚜껑을 열어 조심스레 떼어내고 소금을 군데군데 얹었다. 이제 내가 할수 있는 건 ‘맛있어져라’ 하며 그동안 소홀히 했던 곳을 지켜보는 것 뿐이었다. 지난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근소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자 내가 겪었던 그 어느 선거 때보다 여론의 밀고 당김이 심하다. 곧 있을지방 선거까지 더해지니 정책이 나오면 극심한 토론으로 이해득실에따라 목청을 높인다. 그동안 내가지지한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그후보든 아니든 결정된 사람이 이끄는 세상을 살아왔다. 그러면서 꼬박꼬박 기일을 어기지 않고 세금을 내었고, 아들을 군에 보냈고 바뀌는 정책에 따라 일 희일비하면서도 대다수의 사람처럼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렇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 사회현상엔 무관심을 가장하며 냉소적으로 등 돌렸음을 인정한다. 투표의 앞뒤에만 잠시 주인행세를 했던 건 아닌지 생각해 볼일이다. 집안의 음식맛을 결정한다는 연례행사도 그 숙성되는 50여 일을 지켜보지 못하고곰팡이를 끌어들였으니 지연, 학연으로 흔들리던 의지는 어떻게 바로세울 것인가.햇살이 좋다. 둥근 장 항아리를쓰다듬으며 떼어낸 자리에 올려놓은 소금이 녹는 걸 지켜본다. ‘맛있어져라’ 하면서 ‘맛있어질’ 거라는믿음을 가진다. 지금쯤은 나라의 주인인 우리가 목청 높은 비판보다는 ‘잘되리라’는 신뢰를 소금처럼얹어두고 지켜보는 파수꾼 노릇을자처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선애 시인, 전북시인협회 총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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