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31일
|
 |
|
| ⓒ e-전라매일 |
| 뜨거운 여름 찢어진 아스팔트나 보도블록의 작은 틈 속에서 어김없이 생명의 경이로움을 본다. 흙도 없는 저런 틈에서 어떻게 나왔을까. 잡초는 억센 식물이 아니다. 자신이 연약하다는 것을 알아 다른 식물들하고 경쟁이 안 되니까 눈길도 주지 않는 척박한 곳을 선택해 뿌리를 내린다. 생존을 위해 밟히는 고통을 택했다. 비옥한 땅에서 인간들에게 사랑받는 화려한 꽃들과 경쟁해 봐야 결과가 뻔하기 때문이다. 잡초는 밟혀도 주눅 들지 않는다. 환경을 탓하거나 푸념하지 않는다. 조건이 나쁘면 나쁜 대로 좋으면 좋은 대로 최선을 다한다.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는다. 30세까지는 교육받는 기간, 65세까지는 직장에서 사회인으로 일하는 기간, 그렇다면 65세부터 90세까지는 어떻게 살았는가. 사회인으로 다시 태어나 사회 속에서 어떤 의미와 보람을 느끼면서 사는가(김형석 『인생 문답』 중에서) 은퇴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퇴직 이후 삶의 시간이 길어졌다. 직업전선에서 벗어나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를 지탱할 만한 여건이 되어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생존을 위해 꿈꾸는 대로 놀지 못하고 꾸역꾸역 늦게까지 하기 싫은 것 참아내며 살았는데 또 다른 생존을 위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푸른 커튼이 바람이 휘날리는 날은 창가에 앉아 가만히 있는 것이 좋다.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바람결을 맛보다, 햇살 없이 산허리에 걸친 구름의 발걸음을 쫓아가다 보면 느티나무 저희들끼리 선뜻하게 부딪친다. 오래 기다려 왔던 사람을 만난 것과 같은 표정으로. 아! 좋다 할라치면 꼭 따라오는 한마디 “근 감소증 나타난다.” 한 무리 소나기 지난 후 소녀 둘 아파트 공터에서 배드민턴 치고 있다. 비릿한 뙤약볕 아래서. 차츰차츰 빨갛게 물들고 있는 볼이 어쩜 저리 예쁠까. 셔틀콕 소리에 떨어지는 땀방울 콕 콕 자두 향 박혀 떨어진다. 과즙 주스 벌컥 마신 후 까르르까르르 웃는다. 한여름의 웃음이 입가에 얹힌다. 잡초처럼 밟히는 고통은 택하지 않았고, 내가 사지에 내몰렸을 때 다른 이를 떠밀어 가며 살아남지 않았기에 의미와 보람 느끼며 살면 되는 거 아닌가. 근력 키우며 먹는 것 가려 먹어야 하고 너무 힘들어 지금이라도 그냥 좋아하는 것만 하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진채란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7월 3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