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어른으로 사는 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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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수(白手)가 된 지 오래다. 내가 퇴직하고 어언 15년이 넘어간다. 40년간 풋풋한 고등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나이가 들어 늙어간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요즈음 내 주변에서 나이 타령하는 사람들을 더러 만난다. 내가 자주 다니는 노인복지관 탁구반에는 백여 명의 회원들이 하루에 몇 십 명씩 탁구를 하며 생활한다. 80대 중반 어르신들도 열대여섯 분이 된다. 모두 호형호제(呼兄呼弟)하며 지낸다. 어느 날 갓 들어온 60대 중반의 회원이 한 회원에게 “과장님 여기 나오세요? 오랜만이네요”하며 인사를 하는데 “오랜만이네. 그런데 여기서는 과장이니 계장이니 하는 말 그만하게. 직장에서나 하는 말이지 이제 여기서는 형이라 부르게”하며 반가워한다. 나이가 70대 중반에 이른 분들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탁구 반에서는 보통 형님 동생으로 통한다. 그렇다. 삶의 장이 바뀐 곳에서는 그곳의 생활과 규범에 익숙해져야 한다. 지난날의 일들은 추억이라는 아름다움으로 묻어두고 새로운 삶이 시작되는 곳에 적응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서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젊은 시절에 추구했던 경제적, 사회적인 욕심을 먼저 내려놓아야 한다. 친구의 실수, 가족의 서운함, 추구해오던 권위와 물질적 욕망 등을 모두 내려놓아야 마음이 편하다. 탁구 반에서 보낸 10여 년간의 동호회원들과의 생활 속에서 터득한 교훈은 나이를 잊는 “늙은 청춘” 아니 “나이든 어르신”이라는 청량제를 날마다 마시며 보내는 것이었다. 얼마 전 군대에서 생활하며 함께 보냈던 우리부대 소대장을 우연히 만났다. 하도 반가워서 함께한 친구와 찻집으로 가서 차 한잔하면서 옛이야기를 꽃 피웠다 그는 나보다 5살 아래 장교였다. 나는 사병으로 그 밑에서 내무반장을 하고 있었다. 현역이었을 시에는 상관으로 모셨다. 그는 장교로서 군대에서는 잘 나가는 장군감이었다. 그런데 육군 대령으로 예편하고 어느 회사에 다니다가 퇴직했다고 했다. 이제 사회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은 병장이 아니라 사회의 선배로서 형님이라 부르겠단다. 그의 나이도 70대를 넘어 있었다. 20대 청춘을 불사르고 조국을 위해 젊음을 불사르던 그 혈기왕성한 육군 소위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나 나나 백수의 길에서 인생의 후반기를 보내는 것이다. 이렇게 세월이라는 열차는 멈추지 않고 달려가고 있다. 초로(初老)를 넘긴 옛 전우다. 어느 노인대학 강연에서 강사가 “노인은 이제 배울 것이 없어 자기가 최고인 양 생각하는 사람이고. 어르신은 언제나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노인은 늙은 사람이고 어른은 존경받는 사람이다.” 또 “노인은 고독하고 외로움을 많이 타는 사람이고, 어른은 주변에 좋은 친구를 두고 활발한 모습을 가진 사람이다.”라고 한 말을 늘 새기며 살 것이다. 나는 노인이 아닌 어른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 배우며 화이부동(和而不同)하는 자세로 살아갈 것이다.
/나인구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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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8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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