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7월의 도토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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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하순 어느 날, 친구와 함께 모악산에 오르면서 길가의 참나무에서 작은 도토리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치고 있는 친구에게 도토리가 보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친구는 가을도 아닌데 뜬금없이 웬 도토리 타령이냐고 핀잔했다. 여름에 없던 도토리가 가을이 되면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는 것이냐고 반문하자, 친구는 내 말을 알아들었다는 듯이 참나무를 찾고 있었다. 한참 작은 도토리를 열심히 바라보고 있던 친구가 갑자기 참나무의 원산지가 이스라엘이냐고 물었다. 뜻밖의 질문에 의아해 했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친구가 도토리를 제대로 관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치미를 떼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작은 도토리의 모습이 포경수술로 할례를 받은 이스라엘 어린이들처럼 보인단다. 친구는 그 사실을 군대에서 포경수술을 받을 때 알았다고 했다. 군대생활 중에서 위생병은 가장 선호의 대상이었다. 남들은 땀을 펄펄 흘리며 훈련 중일 때, 열십자가 새겨진 하얀 가방 하나만을 둘러매고 주위를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면 신선이 따로 없었다. 그들과 인간관계를 맺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필요할 때 잠깐씩 신세를 질 수 있었다. 가장 큰 혜택은, 하루도 아니고 며칠씩, 누워서 지낼 수 있는 포경수술이었다. 대학생이었을 때까지도 병원의 문턱이 높았지만, 부끄러워서 포경수술이란 말 자체가 언감생심이었지 않았던가. 수술이 끝나면 위생병으로부터 으레 듣는 말이 있었다. 할례로 햇빛을 보게 되었으니 진짜 어른이 된 것을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입추가 가까워지면 도토리는 거위벌레들의 공격에 대비하여 투구를 쓰고 중무장을 한다. 하지만 톱을 휘두르며 달려드는 데는 속수무책이다. 입추 무렵에 길가에 널브러져 있는 시체들이 그 희생물이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처서가 되면 거위벌레의 공격을 면한 도토리들은 바람을 쐬러 나갈 채비를 한다. 남모르게 키운 알통을 자랑하려고 무거운 투구도 벗어버리고, 알몸으로 외출을 시도한다. 당연히 그 출현을 반기는 것이 다람쥐다. 도토리 한두 알에 배를 채운 다람쥐는 주위에 떨어진 도토리를 열심히 모으고 입안에 보관한다. 입안에 가득차면 다람쥐는 서둘러 길을 떠난다. 풍수지리에 능한 다람쥐가 길지(吉地)에 도착하면, 그곳의 땅을 파고, 입안의 도토리를 모두 매장한다. 그걸 보고, 후일을 기하려는 다람쥐의 행위로 미화하는 이도 있지만 사실과는 다르다. 기억력의 한계 때문에 찾아내지 못한 그 도토리가 이듬해에 모두 발아된다. 하지만 여인의 손 안에 든 도토리의 신세는 다르다. 껍질이 베껴지고, 으깨지고, 가루가 되고, 펄펄 끓는 물속에 떨어져 묵사발이 되고 생을 마감한다. 숲속의 도토리는 7월이 좋다. 7월은 포경수술로 속살을 키우는 달이다. 알알이 탱글탱글 영글어가는 모습은 볼수록 옹골지다.
/이희근 전주문협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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