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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 눈> 연필과 지우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4일
ⓒ e-전라매일


일곱 살 손녀가 애써 그린 그림의 일부를 지우고 싶은데, 지워지지 않는다고 도움을 청한다. 몇 개의 선으로 우스꽝스럽게 그려진 해와 집과 강아지, 그리고 엄마와 작은 여자애지만 제 딴에는 정성 들인 그림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고 싶은 모양이었다. 들여다보니 색연필로 그려진 그림이라 지우개로 지울 수가 없다. 지우개로 지울 수 없으니 다시 그리라고 했지만, 울상이 되어 안된다고 도리질을 친다.
할미의 도움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한 뒤에야 환하게 풀어지는 아이를보며, 잠시 연필과 지우개의 관계를 생각해 보았다. 쉽게 쓸 수 있는 필기도구야 많고 많지만 나는 왠지 연필에 애정이 간다. 연필을 깎으며 맡아지는 나무 냄새가 좋다. 손에 잡기 힘들 만큼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쓰고, 새 연필을 깎아 필통에 넣으며 뭔가모를 희열을 느끼고 다짐 같은 걸했던 유년의 기억이 있다. 지금도 어린 손녀의 연필을 깎아주며 잊고있던 연필의 향기를 맡는다. 아련한 그리움이 졸졸 따라온다. 보통 연필은 지우개와 함께 다닌다. 잘못 쓰거나 그렸을 때 필요한지우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언제든지 실수할 수 있음을 대비하는것이리라. 종이 위에 잘 못 쓴 것이야 지우개로 지울 수 있지만, 우리 삶에서 잘못된 것들은 쉽게 지울 수가 없다. 우리는 너나없이 시행착오 혹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살아가는데,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한다 한들 지우개로 지우듯이 자기가 만들고 온 흠결을 깨끗하게 지우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연필과 지우개의 관계가 어쩌면 지우개는 지우는 것만 목적이 아니라 연필에게 다시 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데에그 목적이 있다면, 인간관계에서도실수나 잘못을 한 번쯤 덮어주는 포용력이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예외는 있다.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사람이 해를 입거나 희생을 당하는 리더의 자리에있는 사람이라면 단 한 번의 실수도 해서는 안 되지만, 보통 사람들의 사소한 실수조차 확대하고 왜곡하며 비난해서야 되겠는가? 결점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누구나 실수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실수를 하거나 잘못했을 때 그것을 바로 인정하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 다잡는 마음이 중요하다. 또한 가능성을 믿고 어떤 일을 맡겼다면, 따뜻한 관심과 기다림이 더 나은 결실을 맺게도 할 텐데, 우리는 흔히 남의 실수나 잘못에는 성급하게 부풀려 손가락질하고 비난하는 반면 자신의 흠결은 축소하고 감추려고 한다.
나 역시 제 허물은 덮어두고 다른사람의 상처를 헤집고 찌르는 가시가 아니었는지, 생각 없이 뱉은 말
이, 숙성되지 않고 흘러나간 글이, 순화되지 못한 행동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뾰족한 가시는 아니었는지, 누군지도 모를 당신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청한다. 생각이 맑아지는 10월이 지나가고 있다.


/전재복 시인
전북시인협회 이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0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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