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오래 남아 있는 기억의 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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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풍경 중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마당이 있는 초가집이다. 싸리문을 밀고 들어가면 마당에 빨랫줄이 있고 바지랑대를 끼워 햇볕에 말라가는 옷가지들이 바람에 춤을 춘다. 초가지붕에 누워 있는 박은 달밤에 하얗게 빛난다. 가을에 바가지를 만들기 위해 어머니는 지붕에 올려 키운 박을 보며 하루를 쓰다듬는다. 툇마루엔 다듬잇돌이 있어 마른빨래를 개어 다듬이질하시는 어머니, 홍두깨로 두들겨 맞은 옷감은 맞으면서 부드러워지고 시집살이의 주름을 펴신다. 마루 안쪽 방으로 들어가면 부엌의 군불로 뜨끈한 아랫목에 얼굴을 맞대고 온기를 나누던시절이 스쳐 간다. 부엌엔 가마솥이 있고 그 위 살강은 주발과 대접, 소쿠리를 엎어 놓았다. 오밀조밀한 살림살이를 그대로 보전하며 실제 거주하는 곳이 있다. 낙안 읍성은 해미읍성과 고창읍성과 함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낙안 읍성은 실제 주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아궁이 앞에서 불이 꺼질까 풀무질을 하시고 매운 연기에 눈물을 흘리면서 군불을 지피기도 하셨다. 집안 행사가 있을 땐 동네 어르신들이 모여 마당에서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신다. 풍경을 고스란히 지키고 있는 곳 낙안 읍성은 현재를 지나온 시대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성안으로 들어서니 초가 마을이 있고 가을걷이가 끝나고 난 들판에서 가져온 볏짚으로 이엉을 엮어 초가지붕에 새로운 이엉을 얹고 있는 주민들의 손길이 계셨다. 낙안 읍성은 약 백여 채의 초가집과 성곽, 낙안군 동헌(군청)과 객사가 남아 있는 관광지가 되었다. 가을 소풍을 온 학교의 학생들과 유치원꼬마들이 눈에 띄었다. 이곳은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백성을 보호하려고 조선 시대에 임경업 장군이 성곽을 쌓은 곳으로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한양을 모델로 하여 만든 조선 시대의 계획도시 낙안은 만백성이 평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어 정겨웠다. 실제로 주민들이 민박을 운영하고 있고 마을을 유지하기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지켜내고 있었다. 국창 송만갑 선생 제자들이 기거하였던 가옥을 보니 소리를 배우려는 수제자들이 마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 있는 것 같았다. 짚물 공예를 체험하는 곳은 짚신과모자, 삼태기 등의 생활도구들이 있었다. 토기를 만드는 가마터와 풍차가 있는 초가, 연자방아를 찧는 모습, 냇가에서 고기 잡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목화밭에는 하얀 목화가 송이송이 탐스러웠고,감나무는 감을 주렁주렁 달고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내 어릴 적기억들을 간직하고 있는 낙안 민속마을, 지금처럼 잘 보전되길 바란다. 문득 생각나면 한 번씩 찾아볼 수 있는 명소가 될 것 같다.
/김은유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1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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