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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전라매일 |
| 낮잠에서 깨어난 밤 숲의 블랙홀에 빠진다 금방 침실로 뛰든 소리 눈치 없이 겨드랑이를 파고든 소리 어둠의 낱말을 퍼즐처럼 맞춰내고 기름진 말의 문장으로 유혹을 한다 멀리 허공을 한 솥 퍼온 바람은 초승달을 도려낸 구름을 펼쳐 어둔 하늘에 독무대를 펼친다 야한 것들이 하나둘 쏟아진다 밤조차 옷을 벗고 광란을 펼친다 블랙홀에 빠져든다 흔들린다 모르핀 맞은 환각이다 풀벌레 소리 하반신을 벗고 근육을 세워 무대에 오른다 가위에 눌린 밤 한 발짝 떼지 못한다 푸른 숲조차 밤에 맥을 못 추는 것은 소리에 눈과 귀가 멀었기 때문이다
자정이다 풀벌레의 독무대다.
<시작노트> 가을이다. 풀벌레 소리가 들리는 9월에 이사를 했었다. 시골이야 지천이겠지만 도심의 8층 산자락은 풀벌레 소리가 당도하기 딱 좋은 곳이다. 가을밤 창문을 활짝 열고 소리에 젖는다. 그리고 환각의 꿈에 빠져든다.
/박 병 윤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