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이벤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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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싱싱한 꽃게를 사러 새벽시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들른 곳이라 시장풍경이 낯설다. 과일전, 채소전이 즐비한데 끝까지 가도 어물전이 없다. 오던 길을 돌아 반대방향으로 가니 도로변에 트럭이 서 있고 노점 끝에 어물전이 있다. 통통한 새우와 팔딱거리는 꽃게를 만나니 반갑다. 싱싱한 것이 없었다면 멀리 부두까지 가려던 참이었다. 눈치 빠른 주인도 꽃게가 풍년이고 맛이 좋다며 우리를 붙잡는다. 못이기는 척 붙잡혀 넉넉하게 샀으니 이제 제 맛을 살려 꽃게탕을 끓이는 것이 과제이다. 추석 때 바쁜 아들을 위해 우리 부부가 음식을 싸들고 아들 집으로 갔다. 도착한 시간이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음식을 차릴 준비를 위해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으려고 하니 아들이 말린다. 작은 목소리로 선물을 받고 갈아입으라는 것이다. ‘별 일이네’ 혼잣말을 하면서 거실로 나왔다. 거실에 식구들을 앉히더니 탁자 위에 동전 몇 개를 놓는다. 그리고 각자 두 장씩 즉석복권을 나눠준다. 평소 도전하지 않던 복권이지만 마주하고 보니 왠지 기대된다. 복권의 필름을 벗기자니 설렌다. 복권을 사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럴까 싶다. 누구나 복권을 살 때는 대박을 꿈꿀 것이다. 복권방 앞에 붙은 현수막에 당첨자 소식을 볼 때면 한번 사볼까 싶지만 아직까지는 갈등만 한다. 망설이기만 했던 복권을 긁으라니 기분이 좋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기대심리리라.
남편과 딸이 천 원, 사천 원 당첨 번호가 나왔다며 들고 흔든다. 그런데 나만 당첨 번호가 없다. 역시 난 복권의 행운은 애초 따르지 않는구나. 가끔 새해 선물로 복권을 받아서 맞춰 봐도 내게 행운이란 없었으니까. 내심 위로하고 일어서려는데 며느리가 다른 복권을 또 내민다. 당첨률이 더 높은 거라면서 다시 기대를 높인다. 이번에는 나도 1천 원짜리라도 당첨이 되겠지 싶어서 동전을 들었다. 옆에 앉은 며느리가 윗줄부터 긁어야 된다면서 지켜본다. 첫 줄을 긁으니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사랑하는 우리 어머니’ 문구가 나온다. 둘째 줄은 ‘오래 기다리셨지요.’ 이어서 셋째 줄을 긁으려는데 손 빠른 딸이 눈이 커지면서 ‘오호’를 외친다. 딸이 뭔가 당첨이 되었구나 싶어서 내 손이 더 빨라진다. 이번에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문구마다 기대가 되는 말에 나도 뭔가 되겠구나 싶다. 마지막 줄을 긁었더니 드러난 문구가 긴가민가하게 한다. ‘할머니가 되셨어요.’ 왜 여기서 이런 문구가 나와. 복권에서 내가 할머니 되고 싶어 하는 것을 어찌 알았단 말인가. 옆에서 같이 복권을 긁던 남편에게 뭐가 나왔냐며 물으니 노안으로 글씨가 보이지 않는단다. 몸을 옆으로 기울여 글씨를 읽어보니 ‘할아버지가 되셨어요.’문구가 보인다. 그럼 이 문구가 반가운 메시지! 그제야 눈치를 채고 잠깐 말문이 막혀 아들며느리를 바라만 봤다. 정신을 가다듬고 며느리를 보면서 정말이냐고 물었다. 아들며느리가 크게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벌떡 일어나서 며느리를 안고 토닥였다. 맘 같아서는 안고 몇 바퀴 돌고 싶었다.
예상보다 일찍 반가운 소식을 듣고 그 보답으로 먹고 싶다는 꽃게탕을 끓이려는 것이다. 나 역시 며느리 입맛을 사로잡을 특제품을 만들 욕심에 인터넷 요리 정보까지 얻어가며 준비한 것이다. 꽃게탕이 보글보글 끓는다. 맵 거나 싱거운 건 아닌지 간을 열 번은 본 것 같다. 그것도 모자라 남편에게 국물을 건네며 간을 봐달라고 청했다. 엄지를 세우며 고개를 끄덕인다. 이것을 들고 아들 집으로 가려고 단장을 해야겠다.
/황 점 숙 전주문인협회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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