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두물머리 물처럼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14일
|
 |
|
| ⓒ e-전라매일 |
| 바람이 소슬하다. 마음이 조금은 우수(憂愁)에 물들어 가고 있다. 가을은 그런 계절인가 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어찌하면 흐르는 물처럼 도도(滔滔)한 삶이 될까. 가을 정취에 심취함인가. 아니면 백두옹(白頭翁)의 넋두리일까. 삶에 대한 고뇌에 젖어드는 노한(老漢)의 번거로움인가. 만나는 사람들 속에 나는 어떤 존재인가. 조용히 두 눈을 감아 본다. 불가(佛家)에 방하착(放下着)이라는 말이 있다.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는 뜻이다. 마음속에 번뇌, 갈등, 스트레스, 원망, 집착, 욕심 등을 벗어 던져버리라는 것이다. 이런 마음이 하나도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면 될까? 그러면 착득거(着得去)하라 한다. 즉 지고 가란 뜻이다. 이 말은 조주(趙州) 스님이 엄양(嚴陽) 스님에게 하신 말씀이다. 내 안의 집착을 버리고 자세를 낮추며, 모든 허욕(虛慾)을 내려놓기 위한 끝없는 담금질을 통해 빈 그릇이 될 때 그 안에 생명수가 넘쳐흐를 수 있다. 비워냄이 없는 채움이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지나온 자리를 뒤돌아보고 반성해볼 때가 종종 있다. 욕심, 집착, 갈등 등으로 후회스러운 삶이 얼마나 많았는가. 가을바람을 맞으며 스산한 마음을 달래려고 집을 나섰다. ‘전주천’이나 ‘삼천천’을 거닐 때는 그 흐르는 물에 대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전주천과 삼천이 만나는 두물머리, 추천대(楸川臺)에 이르러 “이렇게 많은 물이 어디서 흘러들어오지?”하고 생각해보았다. 전주천과 삼천의 발원지가 어디인가? 모악산과 저 멀리 임실이나 상관의 골짜기를 내려와 전주 시내를 관통하여 추천대 두물머리까지 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 골짜기에서 흘러 내려와 오염되고 악취가 풍기는 냇가를 어떻게 지내 왔을까. 구르고 부딪쳐 으스러졌어도 여기 두물머리에서 만났으니 지난 모든 것 잊고 우리 한마음으로 넓은 만경강으로 가자한다. 그곳에 가면 용담호나 대아리 저수지, 완주 동상면 밤샘 등에서 흘러온 물과 만날 수 있는 희망이 있어서인 것이다. 그리고 함께 어우러져 유유자적하면서 깨끗한 강물이 되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꿈이 있음이다. 해마다 새해 아침에 우리는 부질없는 욕망을 자제하고 아름다운 소망을 기원하여 그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늘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고 소망속의 아름다움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여러 곳에서 흘러들어 오는 두물머리 물처럼 함께 어울려 옛일을 잊고 이웃과 어울려 즐겁고 깨끗하게 흐르는 강물이 되려고 노력해야겠다. 모든 욕망을 버리고 방하착(放下着)의 심정으로 살면서…. 나를 버리고 죽어야 산다는 진리를 터득하면서 함께 손잡고 늘그막의 사람들과 서로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다.
/나인구 시인·수필가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1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