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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온고을 문학산책] 낙엽을 밟으며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22일
ⓒ e-전라매일
바람결에 낙엽이 휘날린다. 길가에 쌓이는 낙엽들이 지나는 자동차가 일으킨 바람에 뒹굴고 있다. 바람 없이는 어디 멀리도 못 가는 것을. 가로수 은행잎이 쌓이는 전주시의 팔달로는 가을의 정취를 물씬 자아내고 있다. 태어나면 가야하는 이치는 모든 생명이 가는 길이라면서….
“찬바람이 싸늘하게 얼굴을 스치면/ 따스하던 너의 두 뺨이 몹시도 그리웁구나/ 푸르던 단풍이 곱게도 물들어/ 그 잎새에 사랑의 꿈 고이 간직하렸더니/ 아—그 옛날이 너무도 그리워라/ 낙엽이 지면 꿈도 따라 가는 줄 왜 몰랐던가. 카톡에 올라온 <낙엽 따라 가버린 사랑>의 노래가 어찌나 이 가을을 아쉽게 하는지….
아이들이 한 단계 성장할 때마다 성장통이 있듯 생명이 자라는데 어찌 아픔이 없을까. 흔들리지 않고 꽃잎이 피지 못하듯, 꽃망울의 꿈이 자라서 빛나는 환희를 누리는 것으로 낙화할 때의 충격은 다 거두어들일 수 있을 게다. 또한 낙엽이 떨어지는 성장통은 생의 한 과정임을 어쩌랴. 늙어서도 나는 성장통을 앓는다. 사실 늙는다는 것은 슬픈 일이 아니다. 늙는다는 것은 성장하고 익어가는 과정이며 다 익은 뒤에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을 ….
올가을 단풍은 유난히 아름답게 물들었다. 가을이 늘 그랬겠지만, 올해는 더욱 그 단풍이 생경스러웠다. 이것이 늙어가는 징조일까 익어가는 징조일까. 단풍색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것은 아마도 자연을 닮아서 자연으로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오는 탓이지 않을까. 우연히도 가까운 단풍숲을 찾아다녔던 것도 그런 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월악산 추억의 단풍 길을 그리워하면서, 선녀들의 이야기처럼 사선대 공원의 단풍나무 사이를 그대와 거닐었던 때, 도립미술관으로 오르는 단풍숲길에서 노닐던 시간들이 인생의 절정을 누볐던 시간을 상기해주는 것 같았다.
고샅을 지나다가 개나리 꽃가지를 꺾어서 내게 준 사람도 이 단풍철에 떠났고. 눈물 흘리며 작별했던 내 동생. 또 한 문우도 그 늦가을 단풍잎처럼 떠났지. 우리들은 부산의 피난살이 하던 때의 추억을 이야기 하곤 했다. 나는 본래 부산사람이었지만 그미는 부산에서 피난살이 할 때의 재첩국을 그리워했다. 몇 년 전에 섬진강 재첩국집에 갔을 때 알았던 재첩국집에서 올해 느닷없이 내 생각이 났다고 채접국을 보내주었다. 그미가 살아 있다면 같이 재첩국을 나누며 옛날이야기를 즐겼을 텐데.
낙엽을 밟으며 새삼스레 먼저 간 사람들이 그리워서 노래를 들으며 잠간 애수에 젖었다. 사실 자주 만날 수도 없는 처지지만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은 다시는 볼 기회가 없다는 것 아닌가. 그 단절감이 이리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아프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나그넷길을 가는 것이 인생길인가 싶다.
요가 사부였던 J선생과 나는 크리수나뮤르티를 좋아했다. 한 번도 만나지는 않았지만, 세계적인 명성으로 그의 글을 통해서, 그의 행보를 통해서 그 높은 의식을 사랑했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세상을 떠났던 것이다. 그날 도장에 들어서는 순간, J선생이 말했었지, “크리슈나가 떠났습니다. 세상이 텅 빈 것 같습니다.”라고.
후에 J선생은 인도에서 7년간 명상하면서 크리슈나뮤르티 센터와 그의 흔적을 답사하였다. 나에게 j선생은 크리슈나를 닮은 사람으로 비쳤다. 그가 인도에 머무는 동안 나는 겨울만 되면 인도에 가서 살다 와야지 했었다. 그가 한국에 돌아오면서 인도의 향을 선물했다. 대신에 나는 태국의 치앙마이에 가서 겨울 한 달 동안 명상할 수 있는 내 생애의 선물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누가 그랬던가 ‘꽃이 지는 아침에는 울고 싶다고.’ 아니 꽃이 지면 열매를 맺으니 희망이요, 낙엽이 떨어지는 때는 우리로 하여금 사유하게 한다. 가면 오는 사연이 있기에 그리 슬퍼하거나 쓸쓸하지 않아야 하는 마음도 챙겨야 하지 않을까..
떨어져 쌓이는 낙엽을 밟을 때면 떠난 사람들의 얼굴이 붉게 비쳐들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무는 다음해 새 잎을 틔우기 위해서 겨울의 나목으로 시련을 견디어낸다. 사람도 해를 거듭하면서 자신의 묵은 정신을 떨어트리며 새 정신의 잎을 키워야 하리라.
‘너와 나의 사랑의 꿈 낙엽 따라 가벼렸으니/ 사랑하는 이 마음을 어찌하오, 어찌하오…? 차중락의 노랫가락이 절절히 가슴을 파고드는 가을날을 보낸다.

/조윤수
전주문협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2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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