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눈] 매듭짓기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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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껴 쓰고 싶은 12월은 시작을 말하기 좋은 계절이다. 차마 꺼내지 못한 허약한 말들도 마지막이라는 핑계 뒤에서 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만 놓아주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수척한 목소리로 친구는 엄마의 부음을 알려왔다. 사흘 전에 영상통화를 했는데 어떻게 떠날 수 있냐고 흐느낀다. “떠나는 시간을 알람처럼 알려 주시겠니, 너희 엄마만. 사는 복 보다 죽는 복이 더 중요하다더라, 편히 가셨으니 잘 보내 드리자.” 막내딸이 수녀가 됐을 때 날마다 데려오겠다고 하시더니 어느 때부터 묵주를 놓지 못하고 기도에만 매달리셨던 분이셨다. 그 딸이 어머니를 두고 부임지로 떠났을 때 친구 엄마는 모든 삶이 순교자의 삶이셨다, 숨 쉬는 것 먹는 것도 호사라며. 모든 삶은 죽음이라는 일란성쌍둥이와 함께 사는 것이라고 어느 시인이 말했던가. 삶은 죽음이라는 꼬리를 물고 온다. 내 뜻과 상관없이 아직 원하지 않았는데 늙음은 호들갑처럼 다가와 막무가내로 흔들다가 멈추면 넘어지는 자전거같이 무시무시한 생의 질주가 끝난다. 파란만장의 시간도 접힌다. 여기 지금 있는 나, 거기 지금 없는 너. 언젠가는 때가 되면 깔끔하게 매듭짓고 떠나고 싶다. 친구 엄마가 가실 때 많이 울었다. 내 아버지 가실 때는 눈물이 없어 친척분들 뵙기가 민망할 지경이었었다. 아버지가 떠나셨다는 느낌이 와닿지 않고 다음에 와서 인사드리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다 나중에도 그다음에도 볼 수 없다는 절망감에 장례 치르고 혼자 남게 되자 그제야 눈물이 났다. 요즘은 고독사가 이슈로 떠오른다. 고독하지 않은 죽음은 없다지만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죽음을 맞이한 이들. 가족과의 관계 단절, 사회적 관계 단절로 세상을 떠난 이들을 생각하면 조금 더 유연하게 보듬어주고 나 스스로 귀한 사람이라 대접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믿을 것은 돈밖에 없고 돈 세는 일이 유일한 삶의 기쁨이자 행복이라 여기는 구두쇠 스크루지도 미래의 유령이 자신의 죽음을 보여주자 참회한 후 개과천선을 한다. 자신이 아무도 모르게 죽었고 죽은 후에도 슬퍼하지 않는 것을 본 것이었다. 이보다 더 큰 고독이 있을까. 지금 내 곁에는 날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나? 바람 끝이 시리다. 새해에는 모두 건승하시기를 빌어본다.
/진채란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2년 12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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