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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사설

내가 만난 선생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21일
ⓒ e-전라매일
나에게는 여러 선생님들이 계신다. 유치원은 다니지 못해 유치원 시 절의 선생님은 계시지 않지만 초등하교 시절의 6학년까지 여섯 분의 선생님, 중학교 담임 선생님 세 분과 교과 선생님들, 고등학교 시절의 담임 선생님과 교과 선생님들, 대학교 때 대학원에서 만난 여러 선생 님들하며 사회에서 만난 선생님들까지 합치면 나는 선생님 부자다. 그 많은 선생님들로부터 배우고 공부를 하였으니 선생님들의 제자가 된 나도 대단한 셈이다. 그러한 선생님들의 영향을 받아 나도 제자들 을 가르치는 선생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ROTC 장교로 제대한 뒤 서울의 모 기업체에 취직을 하였었다. 평생 몸담고 있어야 되는 직 장은 아닌 것 같아 나와 교직의 길에서 39년을 근무하다 퇴임을 하였 다. 많은 선생님들께서 바른 길로 가라고 가르치심을 주셨지만 나에 게는 두 분의 선생님이 인상 깊게 다가오신다.
한 분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엄기옥 담임 선생님이시다. 당시 사범 학교를 졸업하시고 부임하신 밝고 열정적인 총각 선생님이셨다. 우리 옆 마을에 사시며 형님 친구 분이셨다. 선생님은 나를 신뢰하셨고 예 뻐하셨다. 점심시간에 선생님 집에서 도시락을 가져오는 심부름은 나의 몫이었다. 좋아하는 선생님 밑에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니 신 이 나고 학교생활이 마냥 즐거웠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생겼다. 선생님께서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방법으로 숙제를 많이 내 주셨다. 교과서에 나오는 한자를 토 달아 50번씩 써 오라고 하셨다. 내 방과 후 일과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소를 끌고 나와 풀을 배불리 먹이고, 밤새 먹을 풀 꼴을 한 짐 베어 와야 하는 것이었다. 그날따라 좋은 풀을 베어 와야 한다는 욕심으로 깊은 산에 들어가 많은 양을 지게에 지고 왔다. 저녁을 먹고 등잔불 밑에서 숙제를 하다가 피곤하 여 그만 잠들고 말았다. 깨고 보니 아침이었다. 나를 그렇게나 좋아 하시는 선생님께 숙제를 하지 않아 실망을 끼쳐 드린다고 생각을 하 니 앞이 캄캄하였다. 숙제장을 이리저리 넘기다 보니, 전에 검사 받 은 부분과 이번 숙제가 공교롭게도 같았다. 앞 장과 뒷장은 새로 쓰 고 중간 부분은 전에 검사 받아 희미해진 도장을 지우고 끼워 넣어 학교에 갔다.
숙제검사가 시작이 되었다. 숙제를 하지 않은 사람은 앞으로 나오 라고 하였는데 차라리 나갈 일인데 나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순진한 마음에 가슴이 어찌나 두근두근 거리는지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아닌게 아니라 .선생님께서는 넘겨보시더니 딱 알아보셨다. 오늘 숙제검 사 끝이라 하시더니 나만 남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라는 말씀이셨다. 교무실에 끌려갔다. 선생님께서는 나에게 잘못을 인정하느냐고 물 으시더니 낭창낭창한 회초리 10개를 만들어 오라고 하시었다. 학교 뒷동산에 가서 내가 맞을 회초리를 만들어 드렸다. 선생님을 종아리 를 걷고 의자 위에 올라가라 하셨다. 그리고 내가 믿은 네가 선생님을 눈가림으로 속일 수 있겠냐 하시며 잘못을 알고 있느냐고 물으셨다. “예”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면 선생님께서 잘못의 대가로 20대, 30 대, 50대 한꺼번에 때려주었으면 아파도 견딜 수 있었을 터인데 그리 하지 아니하시고 꾸지람과 함께 두 시간 동안 매질을 하셨다. 너는 적어도 동기생들 가운데 학교를 대표하고, 이 고장을 대표하 여 나라의 동량재가 되어야 할 사람인데 그런 놈이 담임 선생님의 눈 을 속이다니 하시며 한 대를 때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거짓말을 하였 다고 한 대, 웃어른을 기만하였다고 한 대, 눈 가리고 아웅 한다며 한 대, 형님과 친구이시라면서 한 대, 이런저런 설명을 하시며 때리는 것 이 정말 고통이었다. 눈물, 콧물이 흘러내리고 해가 저무는 저녁때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종아리는 시퍼렇게 멍이 들고 피가 흘렀다. 선 생님께서 서랍에서 연고인가 약을 꺼내어 발라 주셨다. 이제는 절대 그러한 짓 하지 말라하시며 달래 주셨는데 눈물이 나왔다.
절뚝거리며 집에 왔는데 소를 책임져야하는 내가, 학교에서 곧바로 돌아오지 않고 놀다 왔냐며 아버지께서 화가 단단히 나셨다. 어머니께서 소를 끌고 나가셔 구럭에 꼴을 베어 머리에 이고 오셨다는 것이 다. 더욱이 종아리는 얼마나 아픈지 욱신거리는데 아버지께서는 무 슨 잘못을 했기에 선생님으로부터 그리 많이 맞고 왔느냐며 오히려 된통 혼을 내시는 것이었다. 말도 못하고 저녁밥도 먹는 둥 마는 둥하 고 방에 들어가 그날 밤 많이 울었다. 그게 빌미가 되어 내가 시골 중 학교에서 대처로 나가 공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분은 고등학교 1학년 때 담임선생님이셨던 조두현선생님이시다. 시인이시며 한문학자로 국어담당선생님이셨는데 여름방학이 지나고 개학한 날 수업시간에 일기를 쓰라고 당부를 하셨다. “얘들아, 일기를 20년 쓰면 훌륭한 사람이 되니까 일기를 오늘부터 꼭 쓰도록 해라” 라고 말씀을 하셨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그 말씀을 여벌로 들었을 터 인데 나는 그 말씀이 내 가슴에 꽂혔다. “일기를 20년 쓰면 훌륭한 사 람이 된다고?” 내가 한 번 해볼 일이다. 내 머리가 특별히 좋은 것도 아니고, 공부를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 집이 부자도 아닌 데 일기를 써 훌륭한 사람이 된다면 한 번 해보자는 욕심이 났다. 그 날 저녁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하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학교 다 닐 때나 군대에 있을 때나, 직장에 다닐 때나 퇴임을 한 뒤에나 지금 까지 일기를 쓴다. 돌아다보니 일기를 쓴 덕택에 책 7권을 내게 되었 다. 그것도 훌륭한 일이 아닌가. 나는 일생동안 10권의 책은 내야 되 겠다는 소박한 꿈을 가지고 있다.
한 번은 선생님께서 어머니날에 즈음하여 ‘어머니’에 대한 글을 써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늦잠을 자 아침을 거르고 학교에 왔었는데 어머니께서 시오리나 되는 길을 걸어 도시락을 싸 기지고 오셨던 이 야기를 쓴 것으로 기억이 난다.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셨다. 대학은 국 문학과에 가서 문학을 전공하였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다. 덧붙 여 앞으로 국문학과 출신들이 빛을 보게 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 씀을 하셨다. 선생님의 애정 어린 권유 말씀이 계기가 되어 문학을 전공하여 국어교사가 되었다. 그로 인해 많은 책들과 가까이할 수 있 었고 시인으로, 수필가로, 교사로서의 역할과 사명을 다할 수 있었다. 많은 선생님들 가운데 이 두 분의 선생님께서 내 마음 속에서 자 리 잡아 생각이 난다. 지금은 계시지 않지만 잊을 수 없는 분들이시 다. 선생님들은 사회에서 존경의 대상이다.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선생님다운 선생님이 없고 제자다 운 제자가 없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도 교단 에서 이름 없이 묵묵히 사도의 길을 걷는 선생님들이 많다는 것을 알 아야 한다. 교사와 제자의 관계가 좋아야 대한민국이 희망이 있는 나 라가 되기 때문이다.

/김영진
시인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3년 08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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