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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한 토막’의 의미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4일
퇴임하면 가장 먼저 신앙의 힘을 키워야겠다는 속마음을 늘 숙제처럼 안고 살았었다. 그 일환으로 성당에서 진행하는 ‘기도학교’에 등록하고 진정한 기도에 관하여 공부하고 있다.
어느 날이었다. 묵상기도 후에 성구가 하나씩 적혀 있는 작은 겨자색 두루마리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뽑았는데,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루카 24. 41)” 라고 쓰여 있다. 이 성구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콱! 막혀온다. “이게 뭐지? 예수님은 언제 이런 말씀을 하셨을까? 나는 왜 이런 성구를 뽑았을까? 이 성구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귀가하여 성경을 확인해본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 제자들에게 나타나심에 제자들이 놀라워하고 있을 때 [“여기에 먹을 것이 좀 있느냐?” 하고 물으시니 제자들이 구운 물고기 한 토막을 드리자 예수님께서는 그것을 받아 그들 앞에서 잡수셨다.(루카 24. 41, 42)] 는 내용이다.
가슴 언저리에서 계속 맴돌고 있는 이 성구의 의미를 찾으려고 묵상할 때 참 기쁨이 엄습해 왔다. “저에게 이 성구를 주심에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나름의 깨달음과 실행계획이 떠오른다. 제자들이 진수성찬을 차려야 했다면 따라갈 생각을 못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물고기 한 토막이 아닌가! 이 정도라면 누구라도 예수님께 기쁘게 드릴 수 있을 게다. 바로 이거다. 매 순간 예수님께 물고기 한 토막 드리는 마음으로 기쁘게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당연히 해결해야할 몫에 예수님께 드리고자 하는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얹어서 배려하는 것을 생활화 하는 것으로 실행계획을 세워보기로 하였다.
“힘없고 어려운 사람에게 요금을 깎는 대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주고, 시간을 축소하여 일을 끝내는 대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일하고, 더 가지려고 경쟁하는 대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양보하고, 공평하게 나누는 대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나누고, 차례를 새치기 하는 대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뒤에 서고, 누구의 일을 도와줄 때도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도와주고, 실수하는 사람에게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관대하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친절하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칭찬하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격려하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위로하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베풀고,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기다려주고…”
살면서 부딪쳐보니 날마다 물고기 한 토막만큼 더 할 수 있는 일이 끝이 없다. 가까운 가족은 물론 지인, 타인, 자연 등에 이르기까지 그 대상도 넓고 넓다. 그런데 실행하면 할수록 기쁘고 행복하다. 그뿐인가, 마치 여유롭게 품격이 올라가는 느낌으로 더 겸손하고 싶어진다. 자연스럽게 확산되는 행복 바이러스로 멀리멀리 이 사회에 퍼져 나아가면 좋겠다.
우리는 지금 포스트모더니즘의 대중화로 자율성, 창의성, 다양성, 상대성 등이 강조되면서 문학, 예술, 건축 등의 일부 영역에서는 순기능을 하지만, 가치관의 면에서는 선악의 구분이 모호해짐으로서 가치관의 혼란을 초래하였다. 올바른 삶의 방향으로 여겨오던 절대 진리의 가치가 개인, 이념, 진영의 논리에 따라서 합리화하고 무리하게 프레임을 씌워 정 반대의 가치로 해석하면서 끊임없는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어떻게 살아야하고 어디를 향해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하여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해야 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진정한 삶의 가치관을 정립해 나아가는데 있어서 어려운 장애물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상적 습관이 생활 속에 굳어짐으로서 우리 후손들의 단순한 행복에 분열이 올까 걱정된다.
이에 부활하신 예수님께 드린 “물고기 한 토막”의 의미가 선(善)의 가치를 실행하는데 단단한 구심점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최인숙
예술인, 문학박사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4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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