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전, ‘경제성’보다 ‘생명’이 먼저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3일
전북의 학교 안전 현실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북 지역 교육시설의 안전인증 취득률은 42.3%로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단순한 통계 이상의 문제다. 이는 곧 학생과 교직원이 매일같이 불안한 환경 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뜻이다. 내진 성능이 부족한 노후 건물, 미비한 피난시설, 안전 관리의 사각지대가 여전히 존재한다. 학교 안전은 선택이 아닌 의무이며,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최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오세희 의원이 공개한 한국전력공사 자료는 학교 안전의 또 다른 민낯을 드러냈다. 전국적으로 초고압 송전선 반경 200m 이내에 있는 학교가 320곳, 그중 전북 지역 학교만 14곳에 달한다. 일부 학교는 송전선과의 거리가 불과 수십 미터에 불과해, 사실상 전자파에 노출된 상태다. 군산의 성산초·창오초, 남원의 이백초·이백고, 익산의 원광고·이리남초 등 이름만 들어도 우리 지역의 대표적인 학교들이 포함돼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암연구소(IARC)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초고압 송전선에서 발생하는 극저주파 전자파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했다. 이탈리아와 스위스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은 학교나 병원 인근 송전선에 대해 거리 제한을 강화하고, 지중화 사업을 의무화하고 있다. 반면 우리 현실은 어떤가. 한국전력은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다”며 이설 계획이 없다고 버티고 있다. 과학적 불확실성을 핑계로 안전을 외면하는 태도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책임지는 공기업의 자세로 보기 어렵다. 물론 전자파의 유해성 논란에는 여전히 논쟁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학교는 그 논쟁의 실험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낸다. 그 공간이 안전하지 않다면, 교육의 의미도 존재할 수 없다. 불확실할수록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위험을 방치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한 선택이다. 전북의 학교 안전 문제는 단순히 송전선 인근 학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전체 학교 건물의 상당수가 노후화돼 있고,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은 건물도 적지 않다. 2016년 경주 지진, 2017년 포항 지진을 겪으면서 내진 보강의 필요성이 강조됐지만, 지방의 재정 여건과 우선순위 문제로 여전히 속도는 더디다. 교육시설 안전 인증 취득률이 전국 최하위라는 사실은 그 결과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제는 예산과 제도의 문제를 핑계로 삼을 때가 아니다. 중앙정부는 지방교육청과 협력해 안전 취약학교에 대한 국가 차원의 특별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송전선 인근 학교에 대해서는 지중화 사업 확대와 장기적 이전 검토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학교 건물의 내진 보강, 노후 전기·가스 설비 교체, 비상 피난시설 확충 등 기본 안전 인프라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장의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 안전은 학교 구성원 모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학교 안전 자치’가 정착되어야 한다. 작은 균열이나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체계도 필요하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자, 국가의 미래를 키우는 공간이다. 그곳이 위험하다면, 우리 사회의 근간이 흔들린다. 전북의 학교 안전 문제는 단지 한 지역의 과제가 아니다. 전국 모든 교육현장이 풀어야 할 과제다. 이제 국가와 지방정부, 그리고 공공기관은 ‘경제성’보다 ‘생명’을 우선해야 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교실에서 마음 놓고 배우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복지이자, 성숙한 사회의 책임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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