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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념-장석영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새날이 시작되면 거리엔 벌써 분주한 발걸음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간다 무엇이 이들을 방황하게 하는 걸까 아침은 부산하게 열리고 의지와 상관없이 나는 또 길을 나선다 한참을 돌고 돌아 다시 제자리로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 했던 까르비의 말처럼 마음 안에서 제 마음을 보지 못한 채 나 역시 헤매고 있다 고뇌의 풀밭 위로 바람이 스치듯 아쉬우면 섞인 탄식이 멀리서 들려온다 어둠을 씻어낸 맑은 이슬처럼 한 줄 시에 영혼을 담아본다 사랑의 순한 감정 해맑은 가슴에 꽃 피어날 날은 대체 언제일까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까르비Carvi : 20세기 초 독일의 철학자이자 시인 '까르비우스 Carvius'를 의미하며, 여기서는 본 시인이 인간 존 재의 본질과 내면의 갈등을 성찰하기 위해 인용한 철학적 인물로, 실제로 존재하지 않음.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상념」은 현대인의 일상 속에서 느끼는 내면의 혼란과 정체성의 갈증, 그리고 삶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시는 하루의 시작을 묘사하며 독자를 삶의 분주함 속으로 이끈다. ‘어둠이 채 걷히기도 전에 새날이 시작되면’이라는 구절은 하루의 시작이 마음의 준비 없이 맞이하는 순간임을 말해준다. 뒤이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져 간다’는 표현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들이 각자의 길을 가지만, 본질적으로 목적 없는 방황 속에 있음을 암시한다. 시인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길을 나선다’는 말로 무기력한 현실을 고백한다. 까르비Carvi의 말을 인용한 ‘물속의 물고기가 목마르다’는 역설적 표현은 삶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을 인식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자아 상실을 상징한다. 이는 ‘제 마음을 보지 못한 채 나 역시 헤매고 있다’는 고백으로 연결되며, 외부의 세계를 향한 움직임 속에서도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 현실을 표현한다. 중반 이후 등장하는 ‘고뇌의 풀밭 위로 바람이 스치듯’이라는 시적 이미지는, 감정의 고단함과 그 속을 지나가는 찰나의 통찰 혹은 회한을 형상화한다. 뒤를 잇는 ‘탄식이 멀리서 들려온다’는 표현은 개인의 혼란이 결코 고립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정서적 공명 속에서 울리고 있음을 암시한다. 시 말미에서 시인은 ‘한 줄 시에 영혼을 담아본다’며 짧지만, 진심이 담긴 언어를 통해 스스로 회복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이는 문학 혹은 예술의 치유적 기능을 은근히 드러내며, ‘사랑의 순한 감정’, ‘해맑은 가슴에 꽃 피는 날’을 그리워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 올지는 알 수 없고,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라는 마지막 문장은 답을 찾지 못하고 끝나는 열린 질문으로,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불확실성과 고뇌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킨다. 결국, 시「상념」은 현대인의 분주한 일상 속에서 자아를 잃고 방황하는 내면의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내며, 그 안에 담긴 질문과 성찰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따라서 시 속에 삶, 고독, 정체성, 사랑에 대한 갈망을 농축시킨 작품은 강한 울림을 전하는 시적 성찰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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