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8-08 13:11:01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07:00
·17:00
··
·17:00
··
·16:00
··
·16:00
··
·16:00
뉴스 > 칼럼

재난 예비도 못하는 나라였나?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19일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9월26일 대전에 소재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단순히 건물에 불이 난 것 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화재다. 일반인들은 그런 국가기관이 있는지조차도 알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기관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신경망을 전체적으로 관리하는 핵심부서다. 과거와 달리 현대는 컴퓨터 세상이다. 손으로 기록하고 남겨야 했던 모든 시스템은 이제 IT에 의해서 움직인다. 산더미처럼 크기만 했던 국가기관의 서류들이 칩 하나에 모두 들어가 있어 운반과 보관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 국가기관 간의 연락과 서류 발급도 컴퓨터를 이용하지 않으면 소통이 될 수 없는 구조로 바뀌었다. 소설가 평론가 시인과 같이 200자 원고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써야 했던 원고도 이제는 컴퓨터 이메일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예 접수조차 하지 않는 세상이다.
신문기자들이 마감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택시를 타고 뛰어야 했던 시절은 이미 옛날얘기가 되었다. 현장에서 노트북으로 편집국에 송고하는 것으로 취재 기사는 끝난다. 음식점에서 주문하던 방법도 식탁이나 문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터치하면 되고 카드 결제도 내가 한다. 이러한 생활방식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을 모두 IT라는 이름의 새로운 발명으로 사회 전체가 바뀐 셈이다. 야전군들이 산과 들판을 누비며 적군을 무찌르던 육탄전은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하지만 이제는 드론이라는 무인 비행기로 먼 곳에 있는 적의 심장부를 폭격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현재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3년동안 상대국의 주요 목표를 향하여 드론을 날리는 것으로 전쟁의 양상을 바꿔버렸다.
이러한 기술의 발전 속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AI를 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립이 불가능할 정도다. 미국이 가장 앞섰던 AI 기술은 지금 중국의 맹렬한 추격으로 뒷전에 밀렸다. 세계 3위라고 자랑을 멈추지 않았던 한국은 투자를 못해서인지 아니면 인재가 부족해서인지 AI 전쟁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AI로 보여줄 아무런 기술력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답답한 현실이다. 그런 판국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는 너무나 큰 충격이다. 647개 행정업무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을 멈췄다는 것은 사람의 심장이 정지된 것과 다르지 않다. 사람의 심장에 이상이 생기면 심폐소생술로 회생시키는 방법도 있지만 인터넷이 한꺼번에 멈추면 많은 시간이 걸려야 복구가 가능하다고 한다. 불난 지 벌써 열흘이 넘었는데 현재 복구율은 10% 정도라고 하니 국민의 불편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그런데 한가지 의심스러운 것은 국정 운영의 핵심인 정보 시스템을 오직 대전에만 두고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우리 역사를 보면 500년 전 조선왕조 시대에도 왕실에서 간행하는 실록과 각종 기록물 등 중요 역사서는 똑같은 기록물을 4대 사고(史庫)에 나눠 보관해 왔다. 혹시 화재나 전란에 대비하여 분산 보관한 것이다. 임진왜란 이전에 춘추관 사고, 충주 사고, 성주 사고, 전주 사고 네 곳을 뒀다. 왜적은 호남을 점령하지 못하여 전주사고의 기록물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불태워 없애버렸다. 전주(全州) 사고의 기록물은 정읍 내장산 깊숙한 암굴에 보관하여 오늘날 자랑스러운 세계 역사문화 유산으로 조선왕조실록이 등록할 수 있는 길을 텄다. 그 뒤 조성왕조에서는 역사 기록물의 보관 중요성을 재삼 인식하고 5대 사고로 확대하여 마니산 오대산 태백산 묘향산 적상산 등 산간지방으로 이전 보관했으며 병자호란 때 일부 불탔으나 다른 보관분이 있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전쟁 때도 아니다. 그렇지만 국가정보자원은 언제 어떤 불상사가 발생하더라도 일호(一毫)의 차질도 없게끔 만반의 예비책을 마련해 놔야 한다. 5백년 전에도 4대사고, 5대사고로 역사물의 일실(逸失)을 막은 선조의 지혜를 배우지 못했는가? 핸드폰을 잃어버리거나 바꾸더라도 백업을 해두면 모든 자료를 바로 복구할 수 있는 게 요즘 살아가는 지혜다. 하물며 국가 행정의 모든 자료가 건물 하나에만 보관되어 있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 무지의 소치라고 밖에 힐난하지 않을 수 없다. 오죽하면 이재명 대통령조차 분산 예비가 없었다는 보고를 듣고 한탄했겠는가. 더욱 안타까운 것은 화재 복구를 진두지휘하던 서기관 한 사람이 투신으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다. 얼마나 압박감에 짓눌렸으면 그랬을까. 글을 마치며 명복을 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19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귀농·귀촌으로 다시 뛰는 김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다  
전주비전대, K-컬처 기술인재 양성 AI 실무연수 성료  
도서관,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다  
김제, ‘머무름’의 가치를 깨우다… 체류형 관광 이정표 제시  
지역소멸의 시대,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다  
정읍시 ‘잘 쓰는 행정’ 선언…재정혁신으로 미래 기반 마련  
고창군, 민선 8기 3년…산업·관광·복지 10대 성과 결실  
김제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 확대  
포토뉴스
어반자카파·심수봉부터 AI 판소리까지…전주세계소리축제 `풍성`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중음악과 전통예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감성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 
국립민속국악원, 임서연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이 판소리 완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소리 판' 무대를 마련한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음헌에서 소리꾼  
지역 창작연극 `감정거래소` 8일 우진문화공간 무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창작 연극 '감정거래소'가 오는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이번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백정신 센터장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 만들겠다˝
삼천생활문화센터가 청년들의 취향 탐색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오늘은 딴짓 좀 하겠습니다 : 기지개 기록'을 운영하며 참가자를 모 
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선정작 `전주-무경` 무대 오른다
전주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지원 사업 선정작인 '박현희 무브먼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RETURN-전주-무경(舞景)'이 오는 8일 전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