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9 04:48:3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6:00
··
·16:00
··
뉴스 > 칼럼

나의 서재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6일
형효순 수필가

서재에 앉았다. 시월 보름달이 참 밝다. 서재는 젊은 날에 비하면 사계절 금상첨화다. 보름마다 달빛이 책상에 쏟아질 뿐만 아니라 앞산 소나무 숲에 눈이라도 쌓이면 고요하다 못해 쓸쓸하다. 환경으로 보면 글이 술술 풀려야 맞는데 글감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참선하듯 앉아 있기 일쑤다. 그보다 원고마감이 모레인데 막막하여 그냥 앉아 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아무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는 서재인데도 매번 그렇다.
사실 서재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공부방은 언제나 오빠들에게 밀려 책상다운 책상 한 번 갖지 못한 채 방바닥에 엎드리거나 개다리소반을 놓거나 사과상자에 창호지로 사면을 발라 놓고 공부 했다.
칠남매 맏며느리가 되서도 마찬가지였다. 서재는 그만두고 넷이나 되는 아이들 공부방조차 마음대로 만들어 주지 못한 채 책상만 한방에 두었을 뿐, 어찌 보면 공부하라는 말조차 아이들에게 미안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니 서재라는 말은 책이나 TV에서 보았을 뿐 개인 서재가 생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나마 아이들이 자라고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부엌 식탁이었다. 그것도 입식 부엌으로 개조 한 덕분이었다. 젊었던 시절 농촌에서는 낮에 책을 본다는 것은 용납 할 수 없었다. 그런 여유를 누릴 만큼 한가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가하다 해도 책속에서는 돈도 쌀도 나오지 않는다는 시부모님 지론이었다. 그 만큼 ‘밥’이 중요했다. 모두가 잠이 든 밤이라야 식탁 앞에 앉아 피곤과 잠을 쫓아가면서 글을 쓰며 책을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가장 달콤하면서 행복했던 곳이 낮에는 식탁이 되고 밤에는 글을 읽고 쓰던 부엌식탁 서재가 아니었나 싶다.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시부모님까지 돌아가시자 방이 남았다. 처음으로 꿈에 그리던 서재가 생겼다. 좀도리 쌀을 모아 맨 처음 장만했던 세계문학전집과 그동안 모인 책들을 책장에 정리하고, 책상에 노트북을 올려놓으면서 글이 저절로 써질 것 같아 설레기조차 했다.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부자가 된 기분이었다. 얼마나 갖고 싶었던 서재인가.
오래전부터 기계화로 농사짓기가 많이 수월해 졌다. 시간이 없어 책을 못보고 글을 못 쓴다는 것은 핑계다. 글을 쓰고 책을 본다고 눈치 주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웬일인지 별빛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봐도 비가 내리는 창밖을 보면서도 글은 예전처럼 잘 써지지 않고 책을 읽는 것도 게을러졌다. 하던 짓도 멍석 깔아주니까 안한 다는 속담처럼.
서재는 점점 장식용처럼 조용해졌고 찾아오는 지인들과 차 마시는 공간으로 변해 갔다. 보내 주신 수필집과 시집들이 자꾸만 쌓여 간다. 여건과 시간이 되면 훨씬 좋은 글을 쓰고 읽을 것이라 생각했던 예전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시댁에 들러 인사하듯 책들을 펼쳐보고 문을 닫는다.
내일은 꼭 동인지에 작품을 내야 하리라. 서재에 앉아 창밖을 보니 벌써 가을이 깊었나 보다 풀벌레 소리가 청아하다. 뒤안에서 나뭇잎이 두런두런 떨어진다. 투툭. 도토리가 떨어지나 보다. 저 홀로 농익음을 감추지 못하고 스스로 갈 길을 찾음이리라. 분명 내 인생의 가을도 깊었는데 무엇으로 깊이 있는 수필을 쓸 것인지 오늘도 해답을 쉬 얻지 못할 것 같다.
‘글은 홀로 쓰는 것 이다. 성은 다 같이 쓰지만 이름은 홀로 쓰는 것과 같다’는 연암 선생님 말씀만 곱씹어 본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1월 26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사계절 내내 깨끗하게, 귀성객 맞이는 정성스레”  
추석 연휴, 군산에서 추억을 쌓다  
군산시, 전통시장 장보기로 풍성한 한가위 준비하세요  
벌초하러 고향 찾은 사람들, ‘파파실’에 웃음꽃 피다  
“약속을 실천으로” 강경남 정읍경찰서장 취임 100일  
환승 · 미식 · 공연… 익산역 원도심 소생 프로젝트  
김제시, 만성질환자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속 관리  
달빛·농악·명화 이어지는 정읍의 가을… 도시가 문화무대  
포토뉴스
박금숙 작가,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 수상
한지 작가 박금숙 대표가 35년간 이어온 한지 창작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아 ‘2026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을 수상했다.박 작가는 대한민 
완주 여행의 밤이 길어진다…‘완주나잇’ 26일 첫선
완주의 가을 여행이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고택과 갤러리, 관광농원 등 지역의 특색 있는 공간에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이  
사진으로 다시 보는 영화…고사동에서 할리우드까지
전주에서 독립영화부터 충무로 상업영화, 할리우드까지 영화와 사진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전북문화관광재단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 
진안홍삼축제 관광객, 전주까지 발길 이었다
진안홍삼축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주 주요 관광지까지 이어졌다. 지역축제를 단일 행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와 묶 
전주 독립영화 5편, 헝가리 관객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헝가리 관객을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19회 헝가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