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아, 답해다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2월 26일
유인봉 시인 / 수필가
망종은 하지로 건너가는 길목이다. 들녘의 농부들에게 망종 무렵은 보리를 베어내고 모내기를 서둘러 해야 하는 가장 바쁜 절기 중 하나이다. 가난하고 허기진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아이들은 철 지난 찔레순이나 잘 익은 오디를 찾아 들녘을 쏘다녔다. 그래서인지 유월이 오면 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확 트인 김제 들녘이 생각나고 지평선 너머로 한 줄 그어진 수평선이 보고 싶어진다. 그럴 때는 홀가분한 맨몸으로 계획 없이 떠나는 번개 여행도 좋다. 만경평야로 접어드는 황톳길 따라 달린다. 어머니의 하얀 무명옷 처럼 애잔하고도 순박한 순백의 찔레꽃이 눈길을 잡아끈다. 도심 속 울타리를 화사하게 너울대며 피어있는 붉은 장미가 세련되고 화장기 짙은 도심 속 여인이라면, 찔레꽃은 외진 산기슭이나 길섶 가시덤불에 뻐꾸기 울음 따라 피고 지는, 순박하고 때 묻지 않은 산골 소녀 순이의 모습이다. 하얀 찔레꽃에 마음이 오가고 눈길이 가는 것도 그런 이유 일 게다. 끝없이 펼쳐지는 지평선 들녘을 생각한다. 지난 시대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한이 많은 서러운 땅이다. 곳곳에 수탈의 상징이었던 양곡창고와 도정공장의 잔재가 남아 있다. 부와권세와 수탈의 상징처럼 남아 있는 일제식 가옥이 지워지지않는 상흔처럼 아픔을 새기고 있다. 동진강이 도도하게 흐른다. 조선 백성의 절반을 먹여 살렸다는 호남평야가 시작되는 곳이다. 들끓는 백성의 외침과 저항의 북소리와 함성을 안으로 삼켜야 했던 속 깊은 물줄기가 마르지 않는 땅이다. 쌀의 역사 속에서 아픔과 수난의 이야기를 땅의 무늬로 새기고 살아가는 들녘 사람들이 살고 있다. 벽골제가 증명하듯 김제를 중심으로 펼쳐진 호남평야는 용수와 일조량이 풍부하여 벼 재배에 최적의 땅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가. 몇 해 전부터 들녘이 바뀌고 있다. 벼농사를 근본으로 여기고 살아온 쌀의 후손들이 소득이 낮은 벼농사를 포기하고 콩을 심고 있다. 나라의 식량을 책임져 왔던 김제평야가 콩밭으로 바뀌고 있다. 콩은 밭작물이라는 상식을 넘어 저 너른 들녘 이 콩밭으로 변하고 있다. 이 황금 들녘이 호남 최대 곡창지대라는 상징성을 잃어버리고 콩 주산지로 변해 버린다면, 이 나라의 식량주권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생각이 깊어진다. 천년을 지켜온 땅의 조상님들께 묻고 싶다. 긴 안목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과거와 미래를 관통하는 혜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천년 장구한 물길로 들녘을 적셔 온 강물을 본다. 속깊은 저 강이 답을 줄 수 있을지, 노을내리는 넉넉한 들녘이 긴 생각에 잠겨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2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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