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8-07 05:46:48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6:00
··
·16:00
··
·16:00
··
뉴스 > 칼럼

명화名畵처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1일
형효순 수필가

기차를 탔다. 차창 밖이 푸르다. 지인이 보내준 수필집을 꺼냈는데 눈은 자꾸만 창밖을 본다. 벼들의 푸른 향연, 질서정연한 옥수수의 키 재기, 아직까지 모내기가 되지 않는 논들을 바라보며 주인이 궁금하다. 아마도 참외나 감자 양파를 재배하고 이모작을 준비 중이겠지. 무엇이었건 만족한 작황이었으면 좋겠다.
아버님 말씀으로는 밤꽃이 지고 밤송이가 자라 겨드랑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이면 모내기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하셨다. 아직 밤송이가 작은 성게처럼 연한 초록색 가시를 달고 있으니 모내기를 해도 괜찮을 것 같다.
햇살이 참 좋다. 들판에 간간히 사람들이 있다. 팥을 심거나 고추 줄을 매거나 풀을 뽑거나 그중 하나일 것이다. 농부와 작물은 가을을 잉태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함께 견뎌야 한다.
나란히 한 줄로 제자리에 서있는 논두렁의 콩 포기들은 농부가 그려놓은 최고의 작품이다. 수많은 화가들이 자연과 농촌의 풍경을 그렸다. 순간을 담은 사진이나 그림은 그 시대의 생활상이며 역사의 고증이 되기도 한다. 자연은 무한하게 되풀이 되지만 사람은 세월 따라 바뀌고 문화도 바뀌니 가끔은 오래 된 그림이나 사진이 따뜻하게 말을 걸어 올 때가 있다.
한국의 농촌생활상을 그린 화가로 단연 김홍도와 겸재 정선을 꼽을 수 있지만 나는 조선을 사랑한 릴리안 메이 밀러의 작품을 좋아한다. 서울주재 미국인 영사로 근무한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가 우리나라 민중의 삶의 모습과 한국의 농촌 아름다움에 반해 스케치를 하고 판화로 제작한 여성이다. 그녀의 작품 ‘노을속의 황포돗대’ ‘조선의 가을 저녁’ ‘조선의 오래된 풍습’ 은 지금 봐도 감동이다. 그녀는 또 하얀 연꽃같은 여인네들이 어떻게 그리 힘든 일을 오래 할 수 있는지 조선의 여인들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한국의 여인들 지금도 사실상 ‘어머니’의 지치지 않는 사랑과 희생이 있이 이 땅의 모든 자식들이 마음 놓고 일하지 않을까.
옆 좌석에 나이 지긋한 외국인 두 명이 찔레꽃이 하얗게 핀 언덕을 지나칠 때 뷰리풀을 연발한다. 공연히 그 찔레꽃이 자랑스럽다.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더 좋겠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했으니 한국의 소소한 농촌풍경이 그들 마음속에 스며들길 바래본다.
차창 밖에 오월의 훈풍이 분다. 심어놓은 벼들이 초록 물결을 이루고 있다. 한 곳 한 곳이 모두 아름다운 그림이다. 잠시 내가 농부였다는 사실을 잊고 창밖의 나를 바라보고 있다. 김을 매는 저 사람이 분명 어제까지 나였다. 감자를 캐고 옥수수를 심고 서리태를 심으면서 종종거리던. 한 걸음 물러서서 필름처럼 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니 참 좋다. 그렇다면 그동안 나는 명화처럼 살고 있었나 보다.
사실 농부는 많이 고달프다. 봄부터 가을까지 심고 가꾸면 손이 거칠어지고 허리가 굽어가지만 한 치의 땅도 허투루 놀리지 않는다. 그 노동을 돈으로 환산한 일 년 수확이 허망할 수 있지만 마음먹기 따라 얼마든지 행복해 질 수 있는 곳이 농촌이기도 하다. 사진으로 치면 근사한 순간포착 한 컷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TV 화면이 바뀌듯 기차는 도시에 들어섰다. 오늘 만날 문우님 모습이 다가온다. 글을 쓴지 십 년 만에 상재된 첫 수필집을 들고 기다릴 것이다. 많이 떨린단다. 그녀가 쓴 글들 중 어느 한편이라도 누군가에게 한 폭의 추억이 되기를 바래본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오래된 사진 한 장처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4월 21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귀농·귀촌으로 다시 뛰는 김제, 지역 활력으로 이어지다  
전주비전대, K-컬처 기술인재 양성 AI 실무연수 성료  
도서관, 책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잇다  
김제, ‘머무름’의 가치를 깨우다… 체류형 관광 이정표 제시  
지역소멸의 시대, 마을의 시간을 기록하다  
정읍시 ‘잘 쓰는 행정’ 선언…재정혁신으로 미래 기반 마련  
고창군, 민선 8기 3년…산업·관광·복지 10대 성과 결실  
김제시, 생활밀착형 자살예방 안전망 확대  
포토뉴스
어반자카파·심수봉부터 AI 판소리까지…전주세계소리축제 `풍성`
2026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대중음악과 전통예술,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는다. 감성 보컬 그룹 어반자카파 
국립민속국악원, 임서연 `강산제 심청가` 완창 무대
국립민속국악원이 판소리 완창의 깊은 멋을 느낄 수 있는 '소리 판' 무대를 마련한다.국립민속국악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예음헌에서 소리꾼  
지역 창작연극 `감정거래소` 8일 우진문화공간 무대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이 지원하는 창작 연극 '감정거래소'가 오는 8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이번 공연은 전북문화관광재단 
백정신 센터장 ˝청년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문화공간 만들겠다˝
삼천생활문화센터가 청년들의 취향 탐색과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 '오늘은 딴짓 좀 하겠습니다 : 기지개 기록'을 운영하며 참가자를 모 
전주문화재단 공연예술지원 선정작 `전주-무경` 무대 오른다
전주문화재단의 2026 공연예술지원 사업 선정작인 '박현희 무브먼트'의 창작 한국무용 공연 'RETURN-전주-무경(舞景)'이 오는 8일 전주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