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9 05:20:16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17:00
··
·17:00
··
·17:00
··
·16:00
··
·16:00
··
뉴스 > 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웃음이 머물다 간 자리>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4일
 
웃음이 머물다 간 자리 - 이유진

잠시 머물다 간 이야기들이
의자 등받이에 조용히 기대어 있고
웃음의 여운만 식탁 위에 남아
아직 떠나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비워진 자리마다
말하지 못한 마음이 내려앉아
컵 가장자리에 맺힌 시간들은
서로를 기다리듯 가만히 멈춰 있다

멀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얼굴들
그 이름을 마음속으로 불러 보면
보이지 않아도 곁에 있는 듯
조용히 나를 감싸 안는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웃음이 머물다 간 자리」는 사라진 시간과 남겨진 감정의 잔향을 섬세하게 포착해냈다. 시인은 떠나간 사람들보다‘남겨진 자리’에 주목해, 그 자리에 스며든 기억과 감정을 조용히 길어 올린다. 이는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시간의 결을 따라 감정이 어떻게 머무르고 변화하는지를 보여주는 깊은 성찰로 이어지고 있다.
첫 연의 의자 등받이’와‘식탁’이라는 일상적 사물은 단순한 배경을 넘어 감정의 저장소로 기능한다. 사람들이 떠난 뒤에도 웃음의 여운이 남아‘머뭇거린다’는 표현은, 보이지 않는 감정이 공간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인간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지속된다는 시선을 드러낸 것이다.
둘째 연‘비워진 자리’마다‘말하지 못한 마음’이 내려앉아 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다. 여기에는 함께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 미처 전하지 못한 감정들이 응축되어 있다. 특히 ‘컵 가장자리에 맺힌 시간들’이라는 시어는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해, 순간이 응고된 듯한 정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이 장면은 시간이 잠시 숨을 고르고 있는 듯한 정적을 만들어낸다.
마지막 연에 이르러 시는 한층 내면으로 깊어진다.‘멀어질수록 더 또렷해지는 얼굴들’이라는 역설적 표현은, 물리적 거리와 감정적 거리의 차이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떠난 존재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서 더 또렷해, 현재의‘나’를 감싸 안는 힘으로 작용한다. 이는 상실을 슬픔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관계의 또 다른 지속 방식으로 이해하는 성숙한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시는 절제된 언어와 고요한 이미지들을 통해 깊은 울림을 전하고 있다. 과장이나 감정의 과잉 없이도 독자의 마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켜, 사소한 공간 속에 깃든 기억과 관계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특히‘머물다 간 자리’라는 표현은 인간관계의 본질을 은유적으로 드러내, 모든 만남이 결국 흔적을 남긴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러한 점에서 이 작품은 소멸과 지속, 부재와 존재가 교차하는 지점을 아름답게 포착한 서정시로 평할 수 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4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사계절 내내 깨끗하게, 귀성객 맞이는 정성스레”  
추석 연휴, 군산에서 추억을 쌓다  
군산시, 전통시장 장보기로 풍성한 한가위 준비하세요  
벌초하러 고향 찾은 사람들, ‘파파실’에 웃음꽃 피다  
“약속을 실천으로” 강경남 정읍경찰서장 취임 100일  
환승 · 미식 · 공연… 익산역 원도심 소생 프로젝트  
김제시, 만성질환자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속 관리  
달빛·농악·명화 이어지는 정읍의 가을… 도시가 문화무대  
포토뉴스
박금숙 작가,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 수상
한지 작가 박금숙 대표가 35년간 이어온 한지 창작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아 ‘2026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을 수상했다.박 작가는 대한민 
완주 여행의 밤이 길어진다…‘완주나잇’ 26일 첫선
완주의 가을 여행이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고택과 갤러리, 관광농원 등 지역의 특색 있는 공간에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이  
사진으로 다시 보는 영화…고사동에서 할리우드까지
전주에서 독립영화부터 충무로 상업영화, 할리우드까지 영화와 사진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전북문화관광재단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 
진안홍삼축제 관광객, 전주까지 발길 이었다
진안홍삼축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주 주요 관광지까지 이어졌다. 지역축제를 단일 행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와 묶 
전주 독립영화 5편, 헝가리 관객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헝가리 관객을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19회 헝가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