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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국립공원, ‘머무는 관광’으로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전북이 보유한 천혜의 자연유산이자 관광 거점인 국립공원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리산, 내장산, 변산반도 등 대표적인 국립공원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관광객 감소와 소비 침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단체 등산객 중심의 행락 문화가 저물고 웰니스, 독창적 경험, 체류형 휴양을 선호하는 트렌드로 관광 시장이 재편되었음에도 전북의 국립공원 관광 정책은 여전히 과거의 문법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단순한 수치 경쟁이 아니라, 체류형 다기능 관광으로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다.

최근 발표된 국립공원공단과 전북연구원의 관광 통계 자료는 전북 관광의 뼈아픈 현실을 느낄 수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도내 국립공원을 찾은 총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약 1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가을철 단풍 명소로 꼽히는 내장산국립공원의 경우, 성수기 방문객 집중 현상은 여전하지만 연간 전체 방문객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체류 시간’과 ‘인당 소비액’에 있다. 전북을 찾은 국립공원 방문객의 평균 체류 시간은 4.2시간에 불과하며, 당일치기 관광객의 비율이 무려 78.5%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립공원 인근 상권에서 지출하는 인당 평균 소비액은 전국 국립공원 평균인 4만 5,000원에 한참 못 미치는 2만 8,000원 선에 그치고 있다. 산에 올라 경치만 보고 떠나는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고착화되면서, 국립공원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낙수효과가 한계에 다다랐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위기의 본질은 국립공원을 둘러싼 과도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 그리고 차별화된 콘텐츠의 부재에 있다.

국립공원 구역은 자연환경보존지구 등으로 묶여 있어 친환경 숙박 시설이나 야간 관광 시설을 확충하기가 극히 어렵다. 이로 인해 관광객들은 해가 지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찾지 못해 전주나 인근 대도시, 혹은 타 시·도로 발길을 돌린다. 주변 도심과의 연계성 부족도 문제다. 지리산이 있는 남원, 내장산이 있는 정읍, 변산반도가 있는 부안 등 각 시·군은 국립공원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두고도 이를 인근 도심의 숙박, 맛집, 야간 경제 프로그램과 매끄럽게 연결하는 '광역 관광 거버넌스'를 제대로 구축하지 못했다.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만 기대어 안일하게 대처해 온 지자체의 행정이 오늘의 침체를 자초한 셈이다.

지금 전북에 필요한 것은 규제의 틈새를 여는 과감한 발상 전환과 ‘야간 경제’의 도입이다. 환경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친환경 공법을 활용한 프리미엄 숙박 시설과 글램핑장을 유치할 수 있도록 정부에 규제 완화를 강력히 건의해야 한다. 동시에 국립공원의 유휴 공간이나 인근 진입 인프라를 활용한 야간 미디어아트, 미디어파사드, 달빛 걷기 프로그램 등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밤바다와 명산의 야경을 활용한 감성 콘텐츠가 확충될 때 비로소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아 두고 하룻밤을 묵어가게 만드는 ‘체류형 관광’의 문이 열릴 것이다. 나아가 국립공원을 고부가가치 복합 웰니스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현대인들이 원하는 관광은 단순한 유람이 아니라 ‘치유와 휴식’이다. 지리산의 약초와 숲을 연강한 힐링 테라피, 내장산의 사찰 문화를 접목한 프리미엄 템플스테이, 변산반도의 해양 자원을 활용한 해양 치유 등 전북만의 독창적인 다기능 관광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립공원 티켓이나 영수증을 제시하면 인근 시·군의 전통시장, 숙박업소, 식당에서 할인 혜택을 주는 ‘지역 상생 패스’ 시스템을 제도화하여 국립공원의 낙수효과가 지역 골목상권 구석구석까지 스며들도록 유도해야 한다.

전북자치도와 도내 각 시·군은 이제 국립공원을 단순히 보호해야 할 ‘보존의 영역’으로만 가둘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견인할 ‘지속 가능한 자산’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전북의 국립공원이 머무는 관광의 메카로 거듭나 지역 경제 활성화의 마중물이 되도록 과감한 투자와 혁신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할 때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5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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