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을 위한 양보, 119를 올바르게 이용할 때입니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04일
이병생 군산소방서대응예방과 소방장
“두통, 치통, 생리통엔…?” 국민 진통제 광고의 대표 문구를 들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답이 있다. 그러나 매일 밤 붉은 경광등을 밝히며 도로를 달리는 소방관들의 머릿속에는 조금 다른 답이 떠오른다. 오늘 이 익숙한 광고 카피를 가장 절박한 마음으로 패러디해 본다. “(단순) 감기, 치통, 주취엔? 맞다! 노(No) 119!” 위트 있게 들리는 이 한 문장 뒤에는 구급대원들의 절박한 현실이 담겨 있다. 어느 캄캄한 새벽, 119구급차 한 대가 빗길을 뚫고 긴급히 출동한다. 신고 내용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이었다. 구급대원들은 심장충격기와 산소 장비를 챙겨 계단을 뛰어오른다. 그러나 문을 열고 마주한 사람은 술에 취한 채 집까지 태워달라고 말하는 주취자였다. 같은 시각 불과 3km 떨어진 한 아파트에서는 60대 가장이 정수리에 식은땀을 흘리며 가슴을 움켜쥔 채 흉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장 가까운 구급차는 이미 긴급하지 않은 신고로 출동해 있어 즉시 달려갈 수 없었다. 119구급차의 붉은 경광등은 승차를 위한 신호가 아니라 생명을 지키기 위한 경고등이다. 구급차 안의 산소호흡기와 심장충격기는 누군가의 이동을 돕기 위한 장비가 아니라,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단순한 감기 증상이나 치통, 술에 취해 느끼는 불편함이 결코 가벼운 고통이라는 뜻은 아니다. 119구급대원들 역시 시민들의 아픔과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외면하고 싶지 않다. 다만 한정된 구급차와 인력으로 더 많은 생명을 지켜야 하는 만큼, 성숙한 시민의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스스로 이동이 가능한 질환이나 만성질환으로 인한 통원, 가벼운 찰과상 등은 구급차보다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 가까운 병·의원이나 약국을 찾아주시는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구급차를 이용해 응급실에 도착하더라도 진료 순서가 앞당겨지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은 도착 순서가 아니라 의료진이 판단한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우선순위가 결정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으로 누른 세 자리 숫자가 누군가의 골든타임을 빼앗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단순) 감기, 치통, 주취엔? 맞다! 노(No) 119!” 이 작은 실천과 성숙한 배려가 오늘 밤 누군가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우리의 가족을 살리는 소중한 기적이 될 수 있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0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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