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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수사권 폐지, 누가 웃고 누가 우는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1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72년간 대한민국 형사사법 체계를 지켜온 축이 결국 무너졌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전면 폐지하고 검찰의 수사 권한을 박탈하는 개정 형사소송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고 이재명 대통령이 서명했다. 이제 검찰은 손발이 모두 잘린 채 경찰이 넘겨준 기록이나 들여다보는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경찰 기록에서 추가 혐의나 공범의 흔적이 포착되어도 직접 확인할 수 없고, 수사 미진 사항이 발견돼도 스스로 바로잡을 수 없다. 경찰에 재수사를 요구하는 것 외에는 사실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구조가 됐다.
놀라운 것은 이 법이 마치 거대한 역사적 과업이라도 완수한 양 쾌재를 부르는 더불어민주당의 태도다. 마치 억압받던 민족이 피 흘려 독립운동 끝에 광복을 맞은 것처럼 환호하고 있다. 김용민 의원은 형소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다음 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사진을 SNS에 올리고 “노무현 대통령님 ‘야 기분 좋다!’라고 하고 계시지요?”라고 썼다. ‘내주신 숙제 다 끝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조화도 놓았다. 서영교 법사위원장은 “훨씬 좋아진 형사소송법”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들의 환호 뒤에 남은 것은 국민의 인권 보호가 아니라 수사 검증 기능의 약화다. 그동안 일부 정치검찰의 잘못이 있었지만, 민주당은 검찰을 철천지원수라도 되는 양 보완수사권 폐지에 집착해 왔다. 이를테면 보완수사권 주술에 걸린 듯했다.
이처럼 중대한 제도 변화가 충분한 숙의와 국민적 공감대 없이 속전속결로 이뤄졌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 만큼 중대한 사안인데다 위헌 논란까지 일었음에도, 최소한의 토론과 검증조차 거치지 않았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이 여러 차례 공개 토론을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끝내 응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주장이 옳고 국민을 위한 길이라 확신했다면 왜 토론을 피하고 입법을 서둘렀는가. 한국갤럽 조사에서 국민의 61%가 보완수사권 폐지에 반대했듯, 다수 민심 역시 수사권 유지를 원했다. 그럼에도 민심을 거스른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일부 강경파들을 보면 ‘검사는 무조건 나쁜 사람’이라는 인식이 뇌리에 깊이 박힌듯하다. 그렇다면 경찰은 무조건 선한 조직인가. 경찰은 검찰 못지않게 모든 수사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수사권을 경찰에 전적으로 넘긴다고 해서 정의가 저절로 실현되는 것도 아니다. 경찰 역시 조직 구조상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고, 복잡한 경제 범죄나 고도의 정치 비리를 단독으로 수사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있다. 수사의 연속성과 전문성이 떨어지면 결국 부실 수사와 사건 적체로 이어지고, 이는 범죄자에게 유리한 환경을 만들 수 있다.
결국 이 제도의 허점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쪽은 범죄자들이다. 반대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사람은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은 변호인단을 통해 수사상의 허점을 파고들 수 있지만, 사회적 약자는 부실하거나 편향된 수사를 제어할 길이 좁아졌다. 과거에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경찰의 오판을 바로잡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그마저 어려워졌다. 게다가 검·경 간 ‘사건 핑퐁’ 현상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하지 못하고 재수사 요구만 반복하면서 사건은 경찰과 검찰 사이를 오가게 된다. 수사는 지연되고 사건은 쌓여가며, 그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억울한 국민들이다.
경찰 권력의 비대화도 우려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할 가능성이 높다. 권력은 견제와 균형 속에서 건강하게 작동하는데, 이번 형소법 개정은 경찰을 견제할 중요한 통제장치를 제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조계와 사회 각계가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지금이라도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감시·통제할 독립적인 외부 감독기구 설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경찰 역시 스스로를 인권 보호의 최후 보루로 인식하는 무거운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
결국 피해는 억울한 국민에게 돌아가고, 제도의 허점은 범죄자에게 유용한 방패가 되고 있다. 형사사법 제도의 존재 이유는 권력기관의 밥그릇이 아니라 국민의 권익 보호에 있다. 거창한 수사개혁이라는 이름 아래 추진된 보완수사권 폐지가 과연 국민의 권익과 인권에 무엇을 남겼는지, 역사는 엄중히 평가할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8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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