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은 공공이 관리하고 집주인은 매달 수익
‘안심신탁’ 세입자 보증금 HUG가 관리·운용…계약 끝나면 전액 반환 전세사기 막고 월세 부담 낮출 카드…실제 참여율은 관건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0일
정부가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이 아닌 공공이 관리하는 ‘전월세 안심신탁’ 도입을 추진하면서 전세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원리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전세계약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보증금을 직접 맡기고 계약이 끝나면 돌려받는 구조였다. 안심신탁은 이 돈을 집주인 대신 공공이 관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다.
국토교통부가 20일 밝힌 구상에 따르면 안심신탁은 희망하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자율적으로 참여한다. 기존 전세계약의 보증금을 의무적으로 예치하도록 하는 제도가 아니다.
쉽게 말해 세입자는 ‘전세’로 살고, 집주인은 ‘월세’를 받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증금 2억원짜리 주택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기존 전세에서는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2억원을 맡긴다. 집주인은 이 돈을 대출 상환이나 투자 등에 사용할 수 있고 계약이 끝나면 세입자에게 2억원을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안심신탁에 참여하면 세입자의 2억원을 공공이 관리한다. HUG가 위탁업무를 맡아 보증금을 관리·운용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집주인에게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세입자에게는 보증금 전액을 돌려주는 구조로 설계된다.
결국 돈의 흐름이 달라지는 것이다.
‘세입자→집주인’이었던 전세금의 흐름을 ‘세입자→공공 관리→세입자 반환’으로 바꿔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에 따라 발생했던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전세사기의 상당 부분이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줄 능력이 없거나 보증금을 다른 곳에 사용하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보증금을 처음부터 별도로 관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존 반환보증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성격이 강했다면 안심신탁은 보증금 자체를 분리해 관리하는 예방적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고 집주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로 설계된 것은 아니다.
집주인은 보증금을 직접 사용할 수 없는 대신 운용수익을 정기적으로 받게 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현재 월세로 내놓은 주택 가운데 일부를 전세주택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입자는 매달 월세를 내지 않고 전세로 거주하고, 집주인은 신탁에 맡겨진 전세금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안심신탁의 구조를 놓고 보면 이해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다.
세입자는 보증금을 떼일 위험을 낮추고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집주인은 목돈인 전세보증금을 직접 활용하지 못하는 대신 공실 위험 없이 정기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논란은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직접 운용할 수 없게 되면 전세를 놓을 이유가 줄어 결국 집주인들이 월세로 돌아서고 전세 물량이 감소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이 같은 ‘전세 소멸론’에 선을 긋고 있다. 안심신탁은 모든 전세주택에 적용하는 의무제도가 아니라 원하는 집주인과 세입자만 참여하는 선택형 사업이라는 것이다. 오히려 안정적인 정기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의 월세주택을 전세로 전환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국토부는 공실 걱정 없이 안정적인 월세 수준의 수익을 원하는 임대인이나 기존에도 전세보증금을 정기예금 등 안전자산에 넣어 관리했던 집주인이 주요 참여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제도의 성패는 집주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무리 세입자에게 안전한 제도라도 집주인이 받을 수 있는 수익이 일반적인 월세나 다른 금융상품보다 크게 떨어진다면 주택을 안심신탁에 내놓을 이유가 줄어든다. 반대로 안정적인 수익과 세제 혜택 등이 충분하다면 월세주택 일부가 전세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또 하나의 변수는 보증금 운용의 안정성이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수억원의 보증금을 맡기는 만큼 운용수익보다 원금 반환이 훨씬 중요하다. 정부 역시 운용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의 보증금은 전액 보호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심신탁은 결국 전세의 가장 큰 장점인 ‘월세를 내지 않는 구조’와 월세의 장점인 ‘집주인의 정기적인 임대수익’을 결합하려는 시도다.
다만 실제 시장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이 납득할 만한 수익률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세입자의 보증금 원금을 확실하게 보호해야 한다. 여기에 어떤 주택을 대상으로 할지, 보증금을 어디에 투자할지, 운용손실에 따른 부담을 누가 질지 등 구체적인 제도 설계도 남아 있다.
따라서 안심신탁이 전세사기 위험과 월세 부담을 동시에 줄이는 새로운 임대차 모델로 자리 잡을지, 집주인의 외면으로 제한적인 제도에 머물지는 본격적인 시행 이후 참여 규모와 수익구조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8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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