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인력난 해결하려 데려왔는데 임금은 체불…계절근로제 ‘관리 사각’
필리핀 근로자 자매 5개월 일하고 2개월치 임금 못 받아 노동청 체불 확인에도 지급 지연…귀국 후 민사소송 부담까지 노동계 “지자체 유치·매칭했다면 사후 관리도 책임져야”
김정오 기자 / jok1477l@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23일
농촌 인력난 해소를 위해 도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가 임금체불 발생 이후에는 사실상 근로자 개인에게 해결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가 외국인 근로자를 유치해 농가와 연결하고 있지만 정작 임금체불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후 관리 장치가 부족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1일 전주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와 이주민체불임금근절전북네트워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필리핀 국적의 자매 2명은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약 5개월 동안 무주군 소재 한 농장에서 계절근로자로 일했다.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지만 이들은 근로계약이 끝날 때까지 임금을 모두 받지 못했다. 미지급된 임금은 각각 약 270만원으로, 2개월치가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더 큰 문제는 체불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도 임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두 근로자는 출국하기 전 고용노동부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고 체불임금 확인서까지 발급받았다. 사업주의 임금 미지급 사실을 행정기관을 통해 확인받았지만 실제 돈을 돌려받는 과정은 별개의 문제였다.
사업주가 체불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이미 필리핀으로 돌아간 두 근로자가 직접 민사 절차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게 노동계의 설명이다.
해외에 체류하는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민사소송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서류 준비부터 법률 조력, 통역과 비용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 수백만원의 체불임금을 받기 위해 해외에서 국내 소송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노동계 관계자들은 이 같은 사례가 단순히 농가 한 곳의 임금체불 문제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지역 농촌에 투입하는 과정에 지방자치단체가 관여하는 만큼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근로자 보호와 분쟁 해결 과정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무주군은 계절근로자를 유치하고 지역 농가와 연결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이번 체불 문제가 발생한 이후에는 농장주에게 전화로 체불 사실을 확인한 것 외에 임금 지급을 이끌어내기 위한 실질적인 개입이나 중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게 이주민체불임금근절전북네트워크 측 주장이다.
농촌에서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일손을 구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계절근로자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농번기마다 반복되는 인력 부족을 해결하는 데 외국인 근로자들이 사실상 주요 노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안정적인 인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임금체불 방지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체불 이력이 있는 농가에 계절근로자를 다시 배정할 경우 비슷한 피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체불 사업주에 대해서는 향후 계절근로자 배정을 제한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이강호 기자 |
김정오 기자 / jok1477l@hanmail.net  입력 : 2026년 08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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