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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2.195 - 조지홍
새벽은 내 이름보다 먼저 달리지 시작했다 42.195킬로미터 누군가는 거리라 했지만 나는 살아온 세월이라 불렀다 일흔여덟의 다리에는 주름진 시간이 근육처럼 새겨져 있었고 숨이 턱 끝에 닿을 때마다 포기했던 어제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 바람은 등을 밀어주고 햇살은 이마의 땀방울을 빛으로 바꾸었다 무너질 것 같은 순간마다 나는 넘어지지 않는 법보다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마침내 결승선 흰 선 하나를 넘는 순간 환호보다 먼저 가슴을 울린 것은 ‘아직 내 인생은 달리고 있다’ □ 정성수의 시 감상 □
시「42.195」는 마라톤이라는 운동을 소재로 삼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인생을 향한 끝없는 도전과 희망을 노래한 서정시이다. 첫 구절“새벽은 내 이름보다 먼저 달리기 시작했다”는 하루의 시작을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출발로 형상화하며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어지는“42.195킬로미터, 누군가는 거리라 했지만 나는 살아온 세월이라 불렀다”는 마라톤 코스를 삶의 여정으로 치환한 뛰어난 비유로, 한 사람의 인생이 지닌 무게와 깊이를 함축적으로 드러낸다. 특히“일흔여덟의 다리에는 주름진 시간이 근육처럼 새겨져 있었다”는 표현은 노화를 쇠퇴가 아닌 축적된 힘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긍정적인 시선을 보여준다. 세월은 늙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경험이 단련시킨 삶의 근육이라는 해석이 가능해 깊은 울림을 남긴다. 또한“포기했던 어제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났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과거의 실패와 좌절을 이겨내는 과정임을 담담하게 보여주며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후반부“바람은 등을 밀어주고 햇살은 이마의 땀방울을 빛으로 바꾸었다”는 자연을 의인화하여 삶을 응원하는 존재로 그려낸 점도 인상적이다. 이어지는“넘어지지 않는 법보다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는 문장은 이 시의 핵심 정신이라 할 만하다. 인생은 실패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실패 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과정이라는 보편적인 진리를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아직 내 인생은 달리고 있다”는 단순한 완주의 기쁨을 넘어 삶을 향한 선언이자 다짐이다. 결승선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출발점이며, 나이는 도전을 멈추게 하는 숫자가 아니라 꿈을 이어가는 시간임을 일깨운다. 절제된 언어에서 깊은 감동과 삶의 철학을 담아낸 시는 고령화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들에게 새용기와 희망을 전하는 응원의 시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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