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용 조례’ 양산 멈추고 ‘도민 체감형 실질 입법’ 전환하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01일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14개 시·군의 자치법규가 마침내 1만 건을 돌파했다. 이는 지방자치 시대의 외연적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이래, 도의회와 각 지자체는 지역 특성에 맞는 자치 입법권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전북만의 독자적인 자치법규 체제를 구축하며 자치분권 실현에 한발 한발 다가섰다. 이러한 자치법규의 ‘양적 팽창’을 마냥 환호할 일만은 아니다. 조례와 규칙이 늘었지만, 이로 통해 도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고 지역 현안을 해결하는 데 기여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자치법규가 주민의 삶과 동떨어진 채 의원들의 ‘실적 쌓기’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은 뼈아프다. 이제는 맹목적인 ‘조례 양산’을 멈추고, 제정된 자치법규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어 도민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실질 조례’ 중심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현재 지방의원들의 의정 활동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손쉬운 잣대는 다름 아닌 ‘조례 발의 건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회기마다 타 지자체의 우수 조례를 그대로 베껴 오거나, 중앙정부 법령의 자구만 일부 수정한 급조된 조례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온다. 심지어 지역의 구체적인 예산 상황이나 실현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좋은 말만 가득 채워 넣은 선언적 수준의 ‘무늬만 조례’가 적지 않다. 문제는 조례만 제정해 놓고 이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예산 편성이 수반되지 않거나, 실행의 열쇠인 하위 규칙·지침이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법규가 부지기수라는 점이다. 도민의 삶을 혁신하겠다며 대대적으로 홍보된 조례가 잠자고 있다면, 이는 심각한 행정력과 입법력의 낭비이자 도민에 대한 기만이다. 따라서 지역의 고유한 현안을 정밀하게 타격하고, 즉각적인 예산 배정과 행정 집행이 연계되어 도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살아있는 법규인 ‘실질 조례’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일이 시급하다. 단 한 건을 제정하더라도 현장에서 도민 한 사람의 삶이라도 구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법안을 고뇌하고 발의하는 입법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조례 발의 단계에서부터 예산 확보 계획을 의무화하는 ‘비용추계서 제출’ 요건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재원 조달 방안이 없는 조례는 애초에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도록 엄격히 스크리닝해야 입법의 책임성이 살아난다. 동시에 조례 제정 이후의 실효성을 정밀하게 따지는 ‘조례 사후 평가제’의 내실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조례가 공포된 지 1~2년이 지난 후 당초 목적을 달성했는지, 예산은 적절히 집행되었는지, 주민의 불편을 초래하지는 않았는지 등을 정기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만약 실효성이 없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채 규제로만 작용하는 사문화 조례는 과감히 정비하고 통합하는 자정 노력을 체계화해야 한다. 의원들은 새로운 조례를 만들어 건수를 늘리는 것보다, 기존 조례가 도민을 위해 올바르게 집행되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이 본연의 더 무거운 책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치법규의 주인은 지방의원도, 행정 공무원도 아닌 결국 전북 도민이다. 더 이상 실적 쌓기용 입법 경쟁은 지방의회에 대한 도민들의 피로감을 더하고 신뢰를 근본적으로 떨어뜨릴 뿐이다. 자치법규 1만 건 돌파라는 화려한 외형적 성과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도민이 중심이 되고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이유 있는 입법’이다. 도민의 삶을 바꾸는 한 줄의 실질적 조례가 진정한 지방자치의 완성임을 뼈저리게 인식해야 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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