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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내실에서 바라본 풍경은 정오를 지나 오후로 달려간다 환승역을 출발하며 잠든 아버지 머리 기댄 차창 너머 망초꽃 한 무더기 피어 있다 사나운 비가 퍼붓다 간 자리 하늘 연못은 바닥이 보이지 않고 동해의 푸른 파도를 만나려면 몇 개의 터널을 더 지나야 하는지 손가락이 모자라 오그렸던 손을 다시 편다 밝음과 어둠을 번갈아 밟으며 바퀴는 어딘가로 데려간다 울음으로 문을 열었던 첫 걸음부터 이 길을 알았더라면 기차에 오르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나란히 등을 붙인 의자가 흔들린다 어디쯤에서, 누가 먼저 내리게 된다 해도 지워지지 않을 동행 눈가의 주름이 연륜이라는 선로를 선명하게 새겨 놓았다 싱싱한 지느러미가 아직 돌지 않았는데 먼저 바다로 갔다 되돌아오는 상행선이 서늘한 바람 소리로 옆구리를 스칠 때 행진의 풍경은 더 또렷해진다
<시작 노트>
기차 안에서 아버지와 나란히 앉아 이동하던 한 순간에서 출발했다.졸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이 겹쳐지며 ‘이동’이라는 물리적 경험이 ‘삶의 구조’와 닮아 있음을 느켰다.기차는 멈추지 않고 나아가고, 우리는 그 위에 실려 어딘가로 향한다. 그 여정에는 필연적으로 반복되는 터널, 선로, 바퀴, 상행선의 이미지 모두 ‘계속됨’과 ‘이어짐’을 가리키는 시다.
<나영순 약력>
시집 [쥐코밥상], [맹물은 뜨겁다]산문집 [시간의 잠]기록집 [생은 가방 하나로 충분해]
충북문인협회 감사, 충북시인협회 청주지회사무국장, 증평예총감사, 한국문인협회증평지부감사. 증평군 기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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