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35년, 전북은 무엇을 얻었나
35년간 매립·SOC 확충 이어졌지만 완성까지는 여전히 먼 길 대규모 투자 유치에도 전북 인구·청년 유출 흐름은 계속 이제 새만금 넘어 전주·동부권까지 잇는 균형성장 해법 필요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06일
전북이 새만금을 바라본 시간이 어느덧 35년을 넘어섰다. 1991년 방조제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새만금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북 발전의 최대 현안이자 미래 성장동력으로 불렸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다시 물어볼 시점이 됐다. 지난 30여 년간 전북이 새만금에 쏟아온 시간과 정치적 역량만큼 새만금이 실제 전북의 성장과 도민의 삶을 바꿔 놓았느냐는 질문이다.
새만금 사업의 출발점은 지금과 전혀 달랐다. 처음에는 대규모 농업용지 조성이 중심이었지만 이후 산업·관광·도시 기능이 잇따라 추가됐다. ‘동북아 경제중심지’, ‘녹색·수변도시’, ‘글로벌 경제협력 거점’을 거쳐 최근에는 AI·로봇·수소·RE100 산업 거점으로 방향이 다시 옮겨가고 있다.
개발 목표가 시대 변화에 맞춰 조정된 측면도 있지만, 그만큼 새만금이 오랜 기간 확고한 산업 정체성을 갖지 못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시간의 속도 역시 기대를 따라가지 못했다. 새만금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국책개발사업이지만 매립과 기반시설 조성은 아직 진행형이다. 새만금개발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전체 개발면적 가운데 매립이 끝난 곳은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 기본계획상 최종 개발 완료 시점도 2050년으로 잡혀 있다. 1991년 착공한 사업의 완성을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기다려야 하는 셈이다.
새만금 안을 가로지르는 도로가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동서도로와 남북도로,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등 주요 교통망은 차츰 모습을 갖추고 있지만 주변에는 여전히 광활한 매립지와 미개발지가 적지 않다.
항만과 지역 간 연결도로 등 핵심 기반시설도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새만금 개발의 상당 부분이 기업과 사람이 들어선 도시를 만드는 것보다 매립과 도로·항만 등 기반시설을 놓는 단계에 머물렀다는 의미다.
그 사이 전북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전북 인구는 최근 10년 사이 약 15만명 줄었다. 특히 청년층 유출이 계속되면서 지역 소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당수 시·군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됐고 전주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지방소멸 위험이 현실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새만금이 추진되는 동안 전북의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이 이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두 현상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수도권 집중과 산업구조 변화, 저출생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적어도 ‘새만금이 개발되면 전북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오랜 공식이 실제 현실에서는 아직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는 점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새만금이라는 국내 최대 규모 국책개발사업을 품고도 전북의 경제적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규모 개발사업이 지역 전체의 고용과 소득, 인구 변화로 연결되는 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었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새만금 자체보다 ‘새만금에 대한 과도한 기대’였을 수 있다.
전북은 수십 년 동안 새만금 공항과 항만, 철도, 도로, 산업단지, 관광개발을 정부에 요구했고 지역 정치권의 핵심 의제도 새만금 예산 확보에 맞춰졌다. 새만금이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었는지와는 별개로, 전북 발전 전략 전체가 새만금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았는지는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새만금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 동부권과 농산어촌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 전북본부도 올해 지방소멸을 분석하면서 동부·서남부권의 인구가 전주 등 중추도시권으로 이동하고, 다시 중추도시권 인구가 수도권 등 도외로 빠져나가는 이중 유출 구조를 지적했다.
새만금에 대규모 SOC와 산업투자가 집중되는 동안 동부권의 산업·생활 기반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라는 또 다른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렇다고 새만금의 가능성까지 부정할 단계는 아니다. 최근 들어 상황은 이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대규모 기업 투자가 이어지고 있고, 올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제조공장과 AI데이터센터, 그린수소 생산시설 등을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그동안 ‘땅과 도로를 먼저 만드는 개발’에 머물렀던 새만금이 실제 기업과 산업이 들어오는 공간으로 바뀌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정부도 최근 새만금 개발 전략을 다시 손질했다. 민간투자에 개발을 맡겨 두기보다 공공 주도로 매립과 산업용지 공급을 앞당기겠다는 방향이다.
정부가 ‘속도와 실행력’을 새 계획의 전면에 내세운 것 자체가 역설적으로 그동안 새만금 개발이 충분히 빠르지 못했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이제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장밋빛 청사진이 아니다.
현대차를 비롯한 대규모 투자가 실제 공장과 고용으로 이어지는지, AI·로봇·수소 산업이 전북 기업과 연결되는지, 새만금에서 만들어진 부가가치가 군산·김제·부안을 넘어 전주·익산과 동부권까지 확산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동시에 새만금을 전북 발전의 전부로 바라보던 시각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새만금은 전북의 중요한 성장축이지만 전북 전체는 아니다. 전주·완주의 피지컬AI, 익산의 식품·바이오, 남원의 의료·바이오, 동부권의 농생명과 산림·관광 등 기존 지역의 산업기반을 함께 키우지 못한다면 새만금에 아무리 많은 공장이 들어서도 전북 전체의 성장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35년 동안 전북은 새만금의 미래를 기다렸다. 방조제를 막고 땅을 만들고 도로를 놓으며 언젠가 기업과 사람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를 이어왔다.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새만금을 언제 완성할 것인가’만 물을 것이 아니라 ‘새만금이 전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더 나아가 ‘새만금에 기대지 않고도 성장할 수 있는 전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새만금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기준도 넓은 땅이나 투자협약 금액이 아니라 실제 기업의 가동, 일자리, 인구와 소득의 변화가 돼야 한다. 30여 년 동안 이어진 기대를 또 다른 장기 청사진으로만 넘겨서는 안 된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10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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