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김제 통합’, 관(官) 주도로 남긴 갈등과 반목 되풀이 말아야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13일
전북특별자치도의 행정 체제 개편과 메가시티 도약을 위한 대형 화두가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본회의장에서 다시 한번 불을 뿜었다. 제432회 임시회 도정질문에서 이원택 도지사는 과거 지방선거 당시 제시했던 '전주·김제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새만금 배후도시로서 전북 전체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과제"라고 밝혔다. 다만 이 지사는 "현재 도 차원에서 구체적인 통합 절차나 행정적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며, 시·군 주민들의 자율적인 논의와 공감대 형성이 선제되어야 한다"며 신중론을 견지했다. 이 같은 답변은 표면적으로 원론적 타당성을 갖춘 듯 보이지만, 행정구역 개편이라는 거대한 인위적 변화가 몰고 올 폭발적인 갈등의 무게를 행정이 얼마나 무겁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만든다. 행정구역 통합 논의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불치병은 과거 전북 지역 사회를 깊은 반목의 늪으로 몰아넣었던 ‘관(官) 주도의 일방통행식 추진’이다. 우리는 이미 전주·완주 통합 시도가 무려 세 차례나 좌절되는 과정에서 지역 주민 간의 감정적 골이 깊어지고, 이웃 지자체가 원수처럼 대립했던 뼈아픈 역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실패의 본질은 행정이 성과주의와 치적 쌓기에 급급해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통합을 밀어붙이면서 주민들의 정서적 소속감과 현실적 우려를 힘으로 누르려 했다는 점이다.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출범조차 지자체 간의 주도권 싸움으로 지지부진한 현시점에서, '전주·김제 통합'이라는 화두가 또다시 행정 편의주의나 정치적 수사(修辭)로 오염된다면 지역 사회는 또다시 소모적인 분열과 에너지 낭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전주·김제 통합 논의는 과거의 실패 방정식을 철저히 비껴가야 한다. 핵심은 행정이 앞에서 끌고 가는 '관치(官治)'가 아니라, 주민이 스스로 결정하고 행정은 뒤에서 소리 없이 밀어주는 '철저한 주민 주도형 상생'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행정이 해야 할 일은 여론을 선동하거나 통합의 당위성만을 들이미는 밀어붙이기가 아니다. 행정구역이 합쳐졌을 때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광역 교통망 연계, 세제 혜택 유예, 농가 소득 보전 방안 등 정교하고 객관적인 '상생형 인센티브 청사진'을 투명하게 시장에 내놓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선택과 판단은 오롯이 주민들의 몫으로 남겨두어야만 통합 이후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 결국 해법은 주민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민간 자율의 바텀업(Bottom-up) 소통 구조를 확립하는 데 있다. 전북자치도정과 전주시, 김제시는 관이 개입해 어용 단체를 조직하거나 여론을 왜곡하는 구태를 전면 차단해야 한다. 대신 양 지역 시민사회와 각계각층의 주민이 동등하게 참여해 통합의 명암을 치열하게 토론할 수 있는 ‘자율적 민간협의체’의 활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뒷받침하는 데 머물러야 한다. 특히 통합에 따른 소외감과 불이익을 우려하는 김제 지역 농어촌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행정 편의를 위해 주민의 삶을 희생시키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는 촘촘한 경청 행정이 선행돼야 한다. 소멸 위기에 직면한 전북의 미래를 위해 구조적 변화를 모색하는 취지 자체를 폄훼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명분이라도 과정이 공정하지 못하고 주민의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재앙이 된다. 전북도정과 양 지자체는 도의회에서 재점화된 통합 화두를 대할 때, 과거 관 주도 추진이 남긴 상흔과 반목의 교훈을 무겁게 되새겨야 한다. 속도전과 실적주의라는 조급증을 과감히 내려놓고, 주민이 주인이 되는 진정한 자치와 상생의 거버넌스를 실현하는 성숙한 행정력을 보여주길 바란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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