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에 무너지는 농촌의 삶, 보이스피싱 예방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2일
박재원 김제경찰서 신풍지구대 경사
필자가 근무하는 고창은 넉넉한 자연과 이웃 간의 정이 살아 있는 농어촌 지역이다. 하지만 현실은 농촌의 따뜻한 정과 가족을 향한 걱정을 악용하는 범죄가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바로 보이스피싱 범죄이다. 평생 땀 흘려 모은 농사 소득과 노후자금이 전화 한 통으로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금전 범죄를 넘어 한 가정의 삶을 흔드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농어촌 지역에서는 고령 주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이 특히 중요하다. 자녀와 떨어져 생활하는 어르신에게 자녀를 사칭해 급히 돈을 요구하거나, 검찰·경찰·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해 범죄에 연루되었다며 계좌이체를 유도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나 최근에는 저금리 대환대출을 미끼로 기존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를 넘어 택배·부고장·청첩장 등을 가장한 문자메시지로 악성 인터넷주소를 누르게 하는 수법도 사용된다. 특히 농번기에는 농산물 판매대금이나 농기계 구입자금 등 목돈이 오가는 경우가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바쁜 일상 속에서 걸려 온 전화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거나, 가족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으려 혼자 해결하려다 피해를 보는 일도 경계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확인하고, 의심하고, 끊는 것’이다. 경찰이나 검찰, 금융기관을 사칭하며 돈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한다거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됐다고 말한다면 일단 전화를 끊어야 한다. 수사기관은 전화로 개인에게 현금을 인출해 전달하거나 특정 계좌로 이체하도록 요구하지 않는다. 자녀가 다쳤다거나 휴대전화가 고장 났다며 급히 돈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기존에 알고 있던 가족의 전화번호로 직접 연락해 사실을 확인해야 한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자메시지의 인터넷주소는 함부로 누르지 말아야 한다. 특히 상대방이 보내 준 링크를 통해 앱을 설치하거나 신분증 사진, 계좌 비밀번호, 인증번호 등을 전달해서는 안 된다. 의심스러운 전화가 오면 상대방이 알려 준 번호가 아니라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를 직접 찾아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도 중요하다. 어르신 혼자 모든 범죄 수법을 알아내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 가족은 평소 부모님과 보이스피싱 사례를 공유하고, 마을 이장과 경로당, 농협 등 지역사회 기관은 반복적인 예방 안내에 힘을 보태야 한다. 만약 보이스피싱에 속아 돈을 보냈거나 현금을 전달했다면 부끄럽다고 숨기거나 포기해서는 안 된다. 즉시 112에 신고하고, 돈을 보낸 금융회사에도 연락해 지급정지를 요청해야 한다. 개인정보를 알려 주거나 의심스러운 앱을 설치했다면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도 신속히 받아야 한다. 피해 사실을 빨리 알릴수록 피해 확산을 막고 피해 회복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찰관으로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이스피싱 예방이 특별한 지식이나 복잡한 기술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낯선 전화에 바로 응하지 않는 것, 가족에게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의심스러운 상황을 이웃과 경찰에 알리는 작은 행동이 소중한 재산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농촌의 재산은 단순한 돈이 아니다. 한 해 동안 흘린 땀과 가족을 위한 희생, 그리고 노후의 평온한 삶이 담겨 있다. 고창의 모든 주민이 서로의 안부를 살피고 의심스러운 전화에 함께 대응한다면 보이스피싱 범죄가 발붙일 곳은 줄어들 것이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10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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