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6-09-29 11:34:32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지면보다 빠른 뉴스
전자신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전라매일
·09:00
·17:00
··
·17:00
··
·17:00
··
·16:00
··
·16:00
뉴스 > 기획

정성수의 시 감상 <우정의 성>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25일
 
우정의 성 - 김도정

너와 나 처음 마주한 순간 그 자리는
낯설고 조용한 땅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이방인
말 없는 눈빛으로 경계하며 주시했다
무거운 침묵의 벽이
사이에 드리워지고
침묵 속에서 나는 너를 식히기도 하고
때로는
너를 타오르게도 했다
깊고 먼 우물 속 우정이라는 이름이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
바위처럼 단단한 침묵이
짙푸른 너의 눈동자에
조용히 스며들고
말 대신 정적이 서로를 감쌌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굳어졌고
또 정적에 익숙해졌다
별처럼 아득한 우리의 지난날이 문득
내 가슴속에 되살아나
묵묵히 우리의 자리를 세운다
우정은 그렇게 말없이 자라 성(城)이 되었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우정의 성(城)」은 말보다 깊은 정서로 맺어진 관계, 즉 ‘우정’이 시간이 흐르며 어떻게 단단한 신뢰로 쌓여가는지를 고요하고 묵직한 언어로 그려냈다. 시는 ‘너와 나 처음 마주한 순간’이라는 기억의 회귀로 시작하며, 그 출발점은 낯설고 경계심 어린 만남이다. ‘이방인’이라는 표현은 관계의 초기 단절과 거리감을 상징하며, ‘무거운 침묵의 벽’은 말 없는 서로의 감정을 함축한다.
하지만 이 침묵은 단절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인은 침묵 속에서 ‘너를 식히기도 하고 / 때로는 / 타오르게도 했다’고 고백한다. 이는 감정의 교류가 말보다 더 깊은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겉으로는 정적이지만, 내면은 감정의 온도 변화가 일어나는 살아 있는 관계임을 드러낸다. ‘우물 속 우정’이라는 은유는 깊이 잠재된 감정의 순수함과 지속성을 상징하며, 관계의 본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그 깊이를 부정할 수 없음을 말한다. 또한, ‘바위처럼 단단한 침묵’은 흔들림 없는 신뢰와 인내를 상징하고, 그것이 ‘짙푸른 눈동자에 조용히 스며들’며 관계의 내면으로 흘러 들어간다. 말 없는 정적이 오히려 두 사람을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매개로 작용하는 것이다. 시인은 언어를 통한 소통보다 ‘존재 자체로 느끼는 교감’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며, 그런 관계가 더욱 성숙하고 견고해진다고 말한다.
‘시간 속에서 우리는 굳어졌고 / 정적에 익숙해졌다’는 구절은 우정이 단순한 감정의 교류가 아닌, 함께 견뎌낸 시간의 누적으로 형성된 삶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마침내 ‘우정은 그렇게 말없이 자라 성(城)이 되었다’는 결론은 이 시의 핵심이자 정점이다. 말없이 쌓아 올린 신뢰와 시간, 이해가 곧 튼튼한 성벽처럼 두 사람을 지켜주는 우정의 요새가 되었다는 선언이다.
따라서 시「우정의 성(城)」은 수다스럽지 않고, 감정을 절제한 채 천천히 쌓아 올린 관계의 진정성을 담담히 노래한다. 말 없는 교감 속에서도 깊이 자라고 완성되어 가는 우정의 본질을 성찰하며, 인간관계에서 가장 순수하고 단단한 가치를 되새기게 하는 서정적인 작품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25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사계절 내내 깨끗하게, 귀성객 맞이는 정성스레”  
추석 연휴, 군산에서 추억을 쌓다  
군산시, 전통시장 장보기로 풍성한 한가위 준비하세요  
벌초하러 고향 찾은 사람들, ‘파파실’에 웃음꽃 피다  
“약속을 실천으로” 강경남 정읍경찰서장 취임 100일  
환승 · 미식 · 공연… 익산역 원도심 소생 프로젝트  
김제시, 만성질환자 합병증 예방을 위한 지속 관리  
달빛·농악·명화 이어지는 정읍의 가을… 도시가 문화무대  
포토뉴스
박금숙 작가,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 수상
한지 작가 박금숙 대표가 35년간 이어온 한지 창작과 문화교류 활동을 인정받아 ‘2026 K-한지한류공헌혁신대상’을 수상했다.박 작가는 대한민 
완주 여행의 밤이 길어진다…‘완주나잇’ 26일 첫선
완주의 가을 여행이 해가 진 뒤에도 이어진다. 고택과 갤러리, 관광농원 등 지역의 특색 있는 공간에 공연과 전시를 결합한 야간관광 프로그램이  
사진으로 다시 보는 영화…고사동에서 할리우드까지
전주에서 독립영화부터 충무로 상업영화, 할리우드까지 영화와 사진의 관계를 한자리에서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전북문화관광재단 우수기획전시지원사업 
진안홍삼축제 관광객, 전주까지 발길 이었다
진안홍삼축제를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전주 주요 관광지까지 이어졌다. 지역축제를 단일 행사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근 관광지와 묶 
전주 독립영화 5편, 헝가리 관객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은 한국 독립영화들이 헝가리 관객을 만난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오는 25일부터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제19회 헝가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편집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