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축구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7월 22일
채수찬
경제학자·카이스트 교수
축구는 축구다 월드컵 32강 탈락으로 온 국민이 부글부글하고 있다. 이럴 때 누가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라고 얘기했다고 하자. 그가 기업인이면 불매운동에 시달릴 것이고, 그가 정치인이면 다음 선거 에 출마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 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그렇게 말했다면 누군가와 싸움이 붙어 쫓겨나기 십상이다. 그런 말하는 사람은 애국자 가 아니거나, 정치적으로 반대진영에 속한 꼴통이거나 둘중의 하나다. 필자는 물론 그런 말을 할 리 없다. 필자도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하고 싶은 얘기가 끝이 없지만, 떠오르 는 대로 몇 가지만 두서없이 얘기해보자. 중학교 때 체육선생님은 첫 수업시간에 단언했다. 축구는 아담으로부터 시작되♘는데, 돼지 방광에 바람을 불어넣어 발로 차기 시작했다고. 70년대초 고등학생 시절 교환학생으로 서독에 간 적이 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남한은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고, 월드컵 8강에 올랐던 북한 축구팀만 기억했다. 체육수업에 들어갔더니 축구를 한다고 했다. 편을 나눈 뒤 공을 던져주고 시합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조직적으로 패스하는 걸 가르쳤다. 그 광경은 처음보는 잔디구장 만큼 이나 낯설♘다. 90년대말 아시아 금융위기 때, 브라질의 경제연구소 초청으로 컨퍼런스 참석차 사웅파울루에 간 적이 있다. 경 제연구소장은 한국이 앞으로 먹고 살 제품이 하나라도 있느냐고 물♘다. 그때는 삼성반도체나 현대자동차가 아직 눈에 띄지 않을 때였다. 그는 브라질을 이해하려면 ‘브라질 중앙역’이라는 영화를 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그를 따라 중무장경찰의 장갑차를 타고 험악한 슬럼가를 돌아본 뒤에 교도소를 방문했다. 닭장 같은 감방들에 빼곡하게 수용되어 있는 죄수들은 대개 웃통을 벗고 있♘다. 그런데 닭장마다 TV가 있어서 모두 축구경기를 보며 환호하고 있♘다. 축구는 축구일 뿐이 아니다. 사람들의 피를 끓게 한다. 한 나라 사람들을 단결시키기도 하고,드물게는 나라간 전쟁소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월드컵은 축구의 백미다. 온 세계를 올림픽보다 더 달군다. 한동안 월드컵은 유럽과 중남미 국가들의 전유물이♘다. 이제는 아시아 국가들도, 아프리카 국가들도 본선에 진출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현재 한국과 일본이 강하다. 2002년 월드컵 4강의 추억을 간직한 한국은 연고를 떠나 실력 기준 으로 선수를 기용하는 쓰는 히딩크 리더십을 사회 전반의 혁신에 적용하기도 하였다. 현재 유럽 프로팀에서 활약 하고 있는 선수들이 주축인 한국 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맥없이 탈락한 것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축구계 인사 시스템을 비판했으니 감독이 사퇴한 것은 당연하다. 일본은 이번 월드컵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장기간 체계적으로 축구 생태계를 키운 일본 사회의 뒷받침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일본도 유망한 선수들을 유럽으로 진출시켜 기량을 닦게 했다. 일본축구의 부상은 오랜동안 침체에 빠져 있다가 최근 기지개를 펴고 있는 일본경제를 상징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 중국축구는 현재 엉망이다. 돈에 흔들리고 부패로 얼룩져 있다. 재벌들이 소유하고 지방정부로부터 지원과 통 제를 받는 축구팀들은 고액 연봉으로 외국 선수들과 감독들을 영입했다. 외국 선수들은 연봉 100억을 받기도 하 고, 중국선수들도 웬만큼 잘하면 연봉 10억이다. 배부른 선수들은 열심히 뛰려 하지 않는다. 감독들은 몇 경기를 지면 해고될 수 있는 조항에 묶여 있다. 감독이 선수들의 맘에 들지 않으면 선수들이 담합하여 감독을 쫓아낼 수 있기 때문에 감독이 선수들을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다보니 비싸게 모셔온 유럽출신 감독들도 한국출신 감 독들도 제대로 실력을 발휘할 수 없다. 구단주들은 돈을 버는 데만 몰두하고, 지역의 토호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 기도 한다. 중국의 경우,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은 것이 오히려 축구의 질적 향상에 장애가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를 극복하려면 지역을 나누어 리그를 만드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어쨌든 중국도 여러가지로 머리를 쓰고 있 을 테니 언젠가는 축구강국이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정치적으로 일사불란하고,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축구에서는 맥을 못추는 게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 이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다. 반도체도 자동차도 못 만드는 중남미와 아프리카 국가들도 축구 는 잘 하기도 한다. 축구 순위는 국가경쟁력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다. 축구실력과 국가 경쟁력을 연동시키는 생각 자체가 지나친 것이다. ‘축구가 국가경쟁력이다’도 설득력이 없지만 ‘축구는 축구일 뿐이다’도 아니다. 축구는 축구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6년 07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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