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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大洪水)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5일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무슨 큰 일이 일어나면 맨 앞자리에 큰 대(大) 자를 쓴다. 내 이름도 대자가 들어있어 간혹 김대중 이름과 결부하여 놀리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대홍수라는 단어도 크게 신경 쓸 일은 못되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TV화면에 비치는 엄청난 홍수 물결이 아연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홍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큰비가 내려 강과 개천이 넘치고 주변에 있는 집과 애써 지어놓은 농산물이 한꺼번에 휩쓸려 내려가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준다. 물이 넘쳐 다리가 부서지기도 하고 미처 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크게 다치거나 죽기까지 한다. 이런 천재지변에 대응하여 정부에서는 강물을 막을 수 있는 댐을 건설하기도 하고 물길을 분산시키는 사전 공사도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물은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에 평소에 잘 관리하여 비가 많이 내린다는 예보가 있으면 가둬놨던 물을 방출하고 가뭄에는 농사용으로 쓸 수 있게 배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네팔과 중국에서 발생한 대홍수는 지금까지 인간이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의 홍수여서 어떤 전문가라도 대놓고 이런저런 연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말하기도 힘들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세계의 지붕이라고 하는 히말라야 5200m에 자리 잡고 있던 빙하(氷河)가 붕괴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아래 계곡을 덮치는 통에 이에 휩쓸린 모든 건물과 댐이 일시에 무너진 것이다. 때마침 한국에서 그 계곡에 수력발전소를 건축 중이었는데 어마어마한 수력발전 구조물조차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게다가 기술자 9명이 벌써 며칠이 지났는데도 아직 행방이 묘연하여 정부에서는 긴급히 신속대응팀을 파견하여 그들을 찾고 있다. 지형적으로 헬리콥터 접근이 가능하지만 네팔 정부는 기상 조건을 감안하여 비행 허가를 주저하는 중이다. 다만 드론으로 계곡을 탐색 중이지만 아직 행방을 찾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네팔은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같은 히말라야산맥을 소유하고 있는데 국경검문소 쪽으로 대홍수가 밀어닥치며 큰 피해를 입었다. 네팔에서의 피해 규모는 정확히 밝혀지고 있지 않지만 현재 사망자만 600여 명으로 확인되고 실종자가 3000여 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히말라야 트래킹을 하려고 500여 명의 외국인들이 몰려 있었다는 보도여서 인명 피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유난히 더웠던 올여름에 극한 호우라는 이름을 붙인 폭우가 쏟아져 거제도 일대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는 등 우리나라도 피해가 막심하다. 지금은 정부가 물 관리에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안심하는 편이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식민지 땅의 백성들은 해마다 물난리 아니면 가뭄에 찌들어 살아야 했다. 1930년대 이기영(李氣永)이라는 소설가는 여기에 착안하여 홍수라는 제목의 소설을 펴냈다. 그는 조선프로레타리아예술가동맹(KAPF) 소속의 신경향파로 이를 조선일보에 연재했다.
이 소설은 마을에 대홍수가 밀어닥쳐 소작농들의 터전이 모두 씻겨나가 쌀 한 톨 남기지 않는다. 지주들은 쌀과 구호물자를 독점한 채 소작농을 외면한다. 소작농들은 극심한 굶주림과 불평등이 자연재해 때문이 아니라 지주 중심의 수탈구조 때문임을 깨닫고 조직적으로 대항하는 투쟁 주체가 된다. 처음에는 운명론적으로 재앙을 받아들이던 소작농들이 기득권자의 이기주의와 수탈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는 연대의식으로 뭉치는 것이다. 이기영은 소설을 통해서 농촌의 참상을 재현해내며 카프문학의 관념적 구호에서 벗어나 자연재해라는 극단적 상황에서 농민들의 계급적 각성을 이끌어냈다. 아무도 저항하지 못하는 자연재해의 아픔 속에서도 사회적 문제점을 집어낼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능력이다. 이번 네팔 대홍수는 지구 온난화와 크게 관계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보도는 벌써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5천미터 산꼭대기에 있는 수만년 된 빙하까지 녹고 있는 현실은 인류의 생존에 대한 커다란 경고다. 동해에서만 잡히던 오징어가 서해로 넘어가고 대구 능금은 이미 강원도 산골에서 싱싱하게 자란다. 모든 국민이 이에 대한 인식과 대처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노력이 크게 요청된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6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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