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과 환수, 22년의 기다림…전주 서고사 나한상 다시 한자리에
2004년 사라진 나한상 8구 두 차례 걸쳐 환수…22년 만에 한자리 국립전주박물관 특별전 16일 개막…1695년 조성 나한상 등 126점 공개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9월 15일
“흩어졌던 나한들이 22년 만에 다시 한자리에 섰습니다.”
15일 국립전주박물관에서 공개된 서고사 나한상은 단순히 조선 후기 불교조각을 보여주는 전시품이라는 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2004년 도난으로 흩어졌다가 2014년과 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되찾은 성보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국립전주박물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16일부터 11월 29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 ‘도량으로의 귀환, 전주 서고사 나한’을 연다고 밝혔다. 대한불교조계종 서고사와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에는 서고사 목조나한좌상을 비롯해 모두 44건 126점이 나온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재회’다.
전주 황방산 서고사 나한전에는 가섭존자와 아난존자, 십육나한상이 봉안돼 있었다. 그러나 2004년 십육나한 가운데 절반인 8구가 도난당하면서 한 공간을 지켜왔던 나한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잃어버린 나한들은 10년이 지난 2014년 4구가 돌아왔고, 2020년 나머지 4구까지 환수됐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현재 서고사와 금산사성보박물관에 각각 보관·봉안돼 있는 나한상들이 도난 이후 22년 만에 한 공간에 모인다. 전시 제목에 ‘귀환’이라는 말을 붙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 나한상의 역사는 300년을 훌쩍 넘어선다. 나한상에서 발견된 발원문에 따르면 숙종 21년인 1695년 5월 23일 조각승 성심 등이 조성했다. 제작 시기와 조성자가 확인된 만큼 조선 후기 불교조각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이기도 하다.
전시는 나한상 자체에 머물지 않고 서고사의 역사와 나한신앙, 조성 당시 사람들이 불상 안에 담았던 발원과 염원까지 따라간다.
첫 공간에서는 후백제 견훤의 명을 받아 명덕화상이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서고사의 역사를 ‘신증동국여지승람’과 ‘완산지’, 전주지도, 석불좌상과 독성도 등을 통해 짚는다.
이어지는 공간에 들어서면 이번 특별전의 중심인 가섭·아난존자와 십육나한을 만날 수 있다. 서로 떨어져 있던 나한상들을 한자리에서 바라보는 동시에 2004년 도난부터 두 차례 환수에 이르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의 깊이는 나한상 내부로 이어진다. 발리타사상인 제3존자와 낙거라상인 제5존자, 벌나파사상인 제14존자의 몸 안에서 발견된 발원문과 경전, 다라니, 후령통 등 복장물이 공개된다.
특히 제14존자 벌나파사상의 복장에서 나온 높이 8㎝의 ‘백자 후령통’이 주목된다. 백자로 제작된 후령통으로는 유일한 사례라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는 게 박물관 측 설명이다.
300여 년 전 장인의 손길을 현대 과학기술로 들여다본 조사 결과도 전시장에 나왔다. 컴퓨터단층촬영(CT)과 엑스선형광분석(XRF)을 이용해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웠던 나한상의 제작 방식과 안료 성분 등을 분석한 결과가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발원문 쓰기’, ‘나만의 나한 만들기’, ‘손으로 붙여보는 지물’ 등의 체험공간도 마련됐다.
전시에서 던진 질문은 학술 논의로도 이어진다. 국립전주박물관은 다음 달 15일 박물관 강당에서 ‘전주 서고사와 나한상’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고 역사·미술사적 의미와 과학적 조사 성과를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박경도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오랜 시간 흩어져 있던 서고사 나한상이 다시 한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뜻깊다”며 “나한상에 담긴 발원과 염원, 도량으로 돌아온 성보문화유산의 의미를 함께 나누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22년 만에 다시 마주한 서고사 나한상. 이번 전시는 도난 문화유산의 ‘환수’를 넘어 1695년 나한상을 만든 사람들의 염원과 300여 년을 건너온 문화유산의 시간을 다시 읽는 자리다. |
송효철 기자 /  입력 : 2026년 0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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