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연금세대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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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기가 75세이고 사망보험금이 이 만큼입니다.” 태블릿pc에 손가락을 짚은 보험회사 직원이 꼼꼼하게 설명을 이어간다. 납입기한을 채우고 이제는 보장기간을 달리고 있는 나의 보험 상품이다. 젊은 직원은 이런 상품은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서는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걸 아느냐’고 묻고 있으리라. 하지만 나는 이 보험을 넣고 그것을 만기시켰고 지금까지 유지시키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음을 그들은 짐작이나 할까! 경제 활동이 왕성하던 시절에도 돈은 언제나 내 주머니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아이들의 학비마련과 주거환경이 바꿀 때마다 챙겨야 하는 목돈. 부모님께 드리는 생활비와 집안 대소사에 협조는 필수였으니, 통장에 잔고는 바닥이었다. 거기에 사업자금까지 돈 앞에서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수시로 목돈이 필요해서 약관대출로 자금융통을 하다가 원금 손해를 본다는 것을 알면서도 직접 보험회사를 찾아가서 해약하기를 수차례 했다. 그런 가운데 납입기간을 채우고 지금까지 보험을 유지하고 있다는 상황은 내게는 자랑하고 싶은 성과라는 것을 그들은 모를 것이다. 경자년 회갑을 맞았다. 친구들을 봐도 회갑잔치를 했던 우리 부모님보다 확실히 젊고 건강해 보인다. 나의 보험 보장기간에서 알 수 있듯이 한때 75세도 장수로 여겼다. 이제는 100세 시대를 살고 있으니 75세 만기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평균수명의 변화와 함께 노년의 삶을 자녀에게 의탁하던 문화도 거의 사라졌다. 이런 생활문화가 달라진다고 예측하는 소리가 높았지만 노후준비는 소홀했다. 그들은 내게도 연장될 수명 기간만큼의 보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뜻 가입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금세 보험 가입하던 나이에서 삼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지인들과 만나면 연금 수령액으로 키 재기하는 것을 본다. 당시 설계사들이 개인연금보험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가입을 권유했다. 60대 이후의 삶은 멀고 먼 미래 같이 느껴졌으니 나중으로 미뤘다. 세월이 유수 같다고 했던가. 벌써 국민연금보험 공단에서 보험금 수령 예정기간을 통지 받았다. 연금을 수령하게 되면 은퇴자의 대열에 낄 수밖에 없는 세대인 것이다. 그나마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한 국민연금이 노후준비 밑거름이다. 요즘도 가끔 보험, 적금가입 권장을 받는다. 모 은행에서 직원이 적금가입을 권하기에 퇴직할 연령이라 수입이 주는데 어떻게 넣느냐고 반문했다. 직원은 ‘연금세대’이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 나이가 되면 연금세대로 또 다른 수익의 창출자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세대에 합류하지 못한 애처로운 처지이다. 보험사 직원이 안일하게 살고 있는 내게 다시 긴장의 끈을 당기게 한다.
/황점숙
* 황점숙 작가 약력 :
《좋은문학》《한국문예연구》수필 등단 수필집 『오리정』(2013) 서간집 공저 『편지선생님』(2018) (사)한국편지가족 감사 (현) 편지쓰기지도 강사, 한글문해교육 강사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전주문인협회 회원, 순수필, 샘문학 동인 선수필 기획위원(현)
2006 전북여성백일장 산문 차상 2009 시흥문학상 수필부문 입상 2009 제24회 가을맞이 편지쓰기대회 우수상 2016 사회복지체험수기 최우수상 2017 한글문해교육사 체험수기 최우수상 2019 제7회 전주문학상 문맥상 수상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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