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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김동수 자전적 에세이> 교룡산성12. 조기종 교장선생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6월 03일
조기종 교장선생님께선 남원군에서도 명당자리로 이름난 주생면 지당리에서 태어나셨다.  우뚝 솟은 수덕봉이 마을 뒤를 감싸고 앞에는 요천수 맑은 물이 사철 흐르는 아늑한 마을이다. 그래서 인지 이 마을에선 대대로 큰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어 왔다. 선생님 또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촉망받은 몸으로 신학문을 배우게 되었고 그러던 중 뜻 하신 바 있어 교직의 길을 택하여 오늘에 이르시게 되었다. 
선생님과의 인연은 지금부터 30여 년 전..., 내 고향이며 모교였던 주생국민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학교는 자연환경이 아늑하고 쾌적하게 잘 짜여진 학교였다. 아람드리 벗 나무가 교문 주위에 서 있고 서편으로는 하늘을 덮는 몇 백 그루의 소나무 숲이 이 학교의 제일 장관이었다. 그 때 선생님은
교감 선생님이셨는데도 틈틈이 우리들의 음악 수업을 즐겨 맡으셨다.

요천수 맑은 물에 한 몸을 한 몸을 씻고서 / 맹호 같이 달려가는 저 모습을 보아라!
월계관이 빛나도다. 우리 주생교 / 주생-, 주생-, 주생-, 우리의ㅡ주생∽
-주생초등학교 응원가 1절

선생님께선 풍금을 썩 잘 연주하셨다. 그래서 숨이 컥컥 막히는 여름철이면 우리들을 시원한 모래밭 송림(松林)에 불러 모아놓고 멋지게 풍금을 연주하시면서 음악수업을 해 주셨다. 매사에 열과 성을 다 하신 적극적인 분이셨다.  가을이 오면 운동회 때마다 선생님의 선창에 따라 이 응원가를 목이 터져라 부르던 일, 남다른 집념으로 학력 신장에 집중하여 당시 시골에서는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웠던 전주 북중학교를 연이어 몇 명씩 합격 시켰던 일, 아무튼 그 무렵 주생국민학교는 곧 조기종 선생님이요, ‘조기종 선생님’하면 곧 주생국민학교를 연상하리 만치 학교 발전과 학생들의 학력 신장을 위해 헌신적으로 열성을 바치셨던 분이다.
졸업 전 날 특별 수업 한 시간을 해주셨다. 칠판에다 큼직하게 ‘지성이면 감천(至誠 感天)이라’,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써 주셨다. 우리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 이어 선생님께선 그 낱글자 하나하나를 풀이해 주시면서.......“옛날에 어느 효자가 어머니의 약을 구해 밤에 산고개를 넘어가는데 큰 곰이 나타나 앞을 가로 막자 있는 힘을 다해 활로 쏘고 산을 넘어 어머니 병구완을 하고 이튿날 그 자리에 가보니 곰이 아니라 곰 같이 생긴 바위 중앙에 어제 쏜 그 화살이 꽂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여 주셨다. “사람이 이처럼 지극한 정성으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 세상에 이루지 못하는 일이 없다”고 설명해 주셨다. 확실히 그때 어린 우리들에겐 좀 어려운 가르침이었으나, 그러나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 갈수록 그때 선생님의 그 인상적인 가르침은 우리의 정신 저 깊은 곳에서 튼튼한 지주로 굵어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어느새 나도 선생님의 뒤를 이어 교단에 선지도 20년에 가깝다. 그러던 1967년 내가 전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내 고향 남원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때 조기종 교장 선생님을 찾아뵙게 되었다. 그때 새내기 교사로 첫 출발하는 나에게 성공적인 직장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선, 첫째 금전관계가 깨끗해야 하고, 둘째 인간관계가 원만해야 함을 강조해 주셨다. 교단에 설 때마다 그 때 선생님의 모습이 간간이 떠오른다. 그때 선생님께서 선물로 주신 그 가르침들은 지금도 내 삶의 소중한 생(生)의 지침이 되어 나를 이끌어 가고 있다.
이제 선생님께서 교단을 떠나신다 하니 허전하고 외로워진다. 늘 태산처럼 청청한 모습으로 우리 곁을 지켜 주셨는데......  지금도 주생국민학교의 울창한 송림 숲에서 솔바람 소리에 실려 선생님의 풍금 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이러한 선생님과의 추억은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으로 우리의 가슴 속에 오래오래 살아남아 있을 것이다
- 1987년. 2월, 임실동초등학교에서 정년퇴임 하시던 날, 동초등학교 신문에서
- 주생초등학교 솔숲 (여름이면 이곳에서 풍금을 갖다 놓고 음악수업을 했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6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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