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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03일
정성수 논설위원/명예문학박사

9월은 계절의 전환점이자 가을로 가는 입구다. 여름의 열기가 서서히 식어가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8월의 끝자락까지 보내는 9월은 단순한 달력상의 변화가 아니라, 삶의 리듬이 바뀌는 시기다. 학생들은 2학기를 시작하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며, 직장인들은 하반기의 계획을 점검한다. 우리에게는 추석이라는 큰 명절이 있어 가족과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하지만 9월은 단지 시간의 흐름 속 한 달이 아니다. 이달을 상징하는 숫자‘9’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깊은 의미를 지닌다. 숫자 9는 1과 10 사이의 마지막 한 자릿수자, 한 자릿수 중 가장 큰 수다. 그 자체로 완성, 절정, 전환을 상징한다. 그런가 하면 인간의 삶과 문화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등장한다.
서양 속담에‘고양이는 아홉 개의 생명을 가진다’고 했다. 이는 고양이의 놀라운 생존력과 회복력을 표현한 말로, 숫자 9를 빗대어 상징성을 나타낸 예이다. 또한, 단순한 민담을 넘어, 인간이 위기 속에서 다시 일어서는 힘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래서 9월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점으로, 새로운 시작점이자 회복의 달로도 볼 수 있다.
단군신화에서 환웅이 이끈 3천 명의 무리, 삼신 구조(환인·환웅·단군), 곰이 사람이 되기까지의 삼칠일(21일) 등은 모두 3의 반복과 확장을 통해 9의 상징성과 연결된다. 이는 단군신화가 하나의 설화를 넘어 우주적 질서와 인간의 도리를 담은 철학적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숫자 9는 단군의 신성한 통치와 홍익인간 이념의 완전성을 상징한다. 여기서 9는 완성과 극치, 신성함을 상징하는 수로 간주한다.
불교 경전‘천수경’에서도 숫자 9는 자주 등장한다. 천수경에서는 9를‘구경究竟’의 의미로 해석하기도 한다. 이는 수행의 마지막 단계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숫자로, 인간의 정신적 완성을 상징한다. 9월은 정신적 성찰의 시기이기도 하다. 여름의 분주함과 극성스러움을 지나, 가을의 고요함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중국에서는 숫자 9를 양수陽數의 최고로 여긴다. 음양오행 사상에서 홀수는 양수, 짝수는 음수로 분류되는데, 9는 그중 가장 큰 홀수로서 극양極陽이라고 한다. 황제의 옷에는 아홉 마리의 용이 수놓아졌고, 궁궐의 문은 아홉 겹으로 되어 있다. 이는 권위와 완성, 신성함을 나타낸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배경은 우리에게 영향을 미쳤다. 궁궐의 구조나 전통 의례에서도 숫자 9는 길한 숫자로 여겨졌다. 9월은 이러한 상징성을 품고 있는 달로, 우리 삶 속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된다. 이 시기에는 많은 이들이 삶의 방향을 재정비하고, 남은 시간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 숫자 9는 그런 의미에서 성찰과 결단을 의미한다.
음악에서도 숫자 9는 특별하다. 베토벤은 9개의 교향곡을 남겼고, 그의 마지막 교향곡인 제9번은‘합창’이라는 형식을 통해 인간애와 평화를 노래했다. 이는 음악이 단순한 예술을 넘어, 인간의 정신과 철학을 담는 그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학에서도 숫자 9는 상징적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단테의 신곡에서는 지옥의 9층이 등장하는데 이는 인간의 죄와 구원의 구조를 표현한 것이다. 9는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는 숫자이며,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깊은 의미를 부여받는다. 심리학적으로도 숫자 9는 흥미로운 의미를 가진다. 인간은 9를 인식할 때 완성감과 안정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는 숫자 10이 새로운 자릿수로 넘어가는 전환점이기 때문이다. 9는 끝이자 새로운 시작의 직전이며, 인간의 심리 속에서 마무리와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일상에서도 숫자 9는 중요한 시간대를 나타낸다. 오전 9시는 대부분 직장인이 출근하는 시간이며, 하루의 공식적인 시작을 알린다. 반면 저녁 9시는 하루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시간으로, 약속이나 휴식의 시간대이기도 하다. 9라는 숫자는 이렇게 하루의 시작과 끝, 경계와 전환점이기도 하다.
9월은 단순한 달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삶과 문화, 정신과 감정을 아우르는 상징적 공간이다. 숫자 9는 그 중심에서 완성과 전환, 성찰과 희망을 품고 있다. 우리는 9월의 문턱에서 다시 한번 삶을 돌아보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숫자 9가 품은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나아간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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