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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묻고, 내가 답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25일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논설위원

삶이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정답이 수학 문제처럼 정해져 있다면 참 좋았을 텐데, 안타깝게도 삶에는 정답이 없다. 대신, 각자의 답이 있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살아가고, 누군가는 이상을 좇으며, 또 누군가는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지만 고민한다. 그 모든 삶이 나름의 답이다.
삶이란 일단 사는 것이다. 생존이다. 죽기 싫어서 사는 것이고, 숨이 붙어 있으니 살아 있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허무해질 수도 있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자체로도 경이롭다. 우주는 고요하고 어두운데, 우리는 뜬금없이 깨어 있고, 밥을 먹고,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한다. 이 얼마나 기묘한 사건인가.
그러나 단순히 살아가는 것만으로는 삶이 채워지지 않는다. 인간은 밥만으로 살 수 없기에, 삶에는 목적이 필요하고, 그 목적은 대개 ‘행복’이라는 말로 정리된다. 그렇다면 다시 묻자.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은 기쁘고, 즐겁고, 만족스럽고, 고통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순간들이 행복이라면, 왜 어떤 사람은 억만금을 벌고도 허무함을 느끼는가? 왜 어떤 이는 첩첩산중에서 자연인으로 살아가면서도 콧노래를 부를까? 사람마다 행복의 온도는 다르지만 의외로 공통의 조건들도 있다.
첫째, 건강이다. 몸이 아프면 모든 일이 귀찮아진다. 비 오는 날 관절이 쑤시기만 해도 삶이 시들해지는데, 만성통증에 시달리는 이들은 무슨 낙으로 살까. 건강은 행복의 기초공사다. 튼튼해야 뛰놀 수 있다.
둘째, 물질적 안정, 즉 먹고살 만한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물론 돈이 행복의 전부는 아니지만, 없으면 전부를 잃은 기분이 든다. 돈으로 사랑은 살 수 없지만 쌀은 살 수 있다. 삼시 세끼가 걱정되고 월세가 밀리면 아무리 숭고한 철학도 배고픔 앞에 무너진다. 그러니 적당한 풍요는 행복의 지붕이다.
셋째, 값진 정신생활이다. 여기에는 신앙도 있고, 철학도 있고, 오락도 있다. 잘 놀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제대로 사는 사람이다. 장자는 “인생은 놀다 가는 것”이라 했다. 그의 《소요유(逍遙遊)》를 보면, 바람처럼 자유로운 삶을 찬미한다. 장자는 진짜 잘 놀 줄 아는 사람이었다. 걱정 없고 마음 편한 상태에서 인생을 한 판 멋지게 즐기는 것, 그것이 그가 말하는 삶의 진수였다.
반면, 노자는 행복의 본질을 만족에서 찾았다. 지금 가진 것에 감사하며, 과도한 욕망을 경계했다. ‘무위자연’, 흘러가는 대로 살되, 그 안에서 질서를 지키며 사는 삶이다. 현대의 관점에서 보면 다소 소극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노자의 철학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다. 성질도, 모양도, 이름도 없는 도(道)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문제는 우리가 그걸 알아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삶이란 곧 죽음을 향한 행진이다. 시계 초침이 똑딱일 때마다 우리는 조금씩 소멸해 간다. 이 엄연한 사실 앞에서 어떤 이는 절망하고, 어떤 이는 무관심하며, 어떤 이는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다만, 삶을 그저 죽음을 도망치는 시간으로만 채운다면, 결국 삶의 본질에서 멀어진다. 반대로 죽음을 직시하면서도 삶을 풍요롭게 채워간다면, 그 사람은 진정 삶을 맛있게 요리하는 주방장이다.
그렇다면 어떤 삶이 잘 사는 삶일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잘 사는 삶이란,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라고. 돈 때문에 비굴하지 않고, 병 때문에 무너지지 않으며,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살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잘 사는 인생이 아닐까?
오늘도 우리는 살아간다. 죽음을 향해 걸어가면서도 동시에 인생을 살아내는 아이러니 속에서. 인생은 어차피 한 번뿐이다. 그렇다면, 재미없게 살기엔 너무 아깝지 않은가.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9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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