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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으로 가는 고향길 3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01일
정성수 본지 논설위원/ 명예문학박사

시간이 흐르며 추석의 모습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예전처럼 대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제사를 지내고, 골목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던 풍경은 이제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때는 문간에서‘조심히 가거라!’는 할머니의 목소리가 들리고, 마당에서 아이들이 제기차기와 숨바꼭질을 하며 뛰놀던 장면이 명절의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은 교통 체증과 경제적 부담, 그리고 형식적인 의식 때문에 추석이 의무처럼 느껴지는 현실이다. 이로 인해 명절 연휴가 설렘보다는 부담으로 다가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누군가는 먼 길을 달려 고향으로 향하는 대신 해외여행을 택하고, 누군가는 집에서 혼자 조용히 쉬며 시간을 보내기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추석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바로 가족을 이어주는 끈이자, 뿌리를 되새기는 마음이다. 제사상의 크기나 음식의 가짓수, 혹은 몇 시간을 차로 달려가야 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나는 어디에서 왔고, 누구와 연결되어 있는가’를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추석은 단순히 하루의 휴일이 아니라, 스스로의 뿌리와 관계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된다. 부모님을 직접 찾아뵙지 못하더라도, 전화 한 통, 메시지 한 줄, 영상 통화, 혹은 마음을 담은 작은 선물 하나만으로도 그 본질은 충분히 살아난다.
사람은 누구나 바쁘게 살아가며 홀로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 쉽다. 회사에서, 학교에서, 혹은 도심의 작은 방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다 보면‘나는 혼자다’라는 고립감이 스며든다. 그러나 추석은 그러한 고립을 깨뜨린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이 건네는 한마디 안부,‘밥은 잘 먹고 다니니?’라는 단순한 질문조차 마음을 따뜻하게 감싼다. 부모님이 준비한 송편을 함께 나누고, 사촌 형제들과 함께 골목길에서 숨바꼭질하며 웃음이 터지는 순간, 사람들은 삶 속에서 느꼈던 외로움을 잠시 잊는다. 아이들의 소소한 놀이 속에서도 명절의 의미가 살아난다. 제기차기를 하며 친구들과 경쟁하는 아이들의 얼굴에는 흥분과 기쁨이 가득하고, 연을 날리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모습에서는 순수한 기대와 설렘이 묻어난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어른들은 잠시 어린 시절 자신을 떠올리며, 눈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렇게 어린 세대와 어른 세대가 함께 웃고 뛰노는 동안, 가족의 정과 세대 간의 연결이 자연스럽게 회복된다.
그 순간 우리는 깨닫는다.‘그래, 나는 혼자가 아니였어. 나를 기억하고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구나!’그 단순하지만 깊은 깨달음은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가. 짧은 명절 동안 쌓인 이야기와 웃음, 그리고 감사와 그리움은 바쁜 일상에서도 사람을 지탱해주는 힘이 된다. 추석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작은 불빛으로 남아, 서로를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어준다.
이제 알아야 한다. 추석의 본질은 감사에 있다는 것을, 조상들에게 절을 올리는 행위는 단순한 의식이 아니라, 지금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수많은 세대의 삶과 연결되어 있음을 인정하는 시간이다. 조상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기에 오늘의 내가 있고, 부모님의 희생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마음 깊이 새기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감사는 단순히 과거로만 향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전해지는 따뜻한 말, 함께 웃으며 나눈 추억 속에서 미래로 이어진다.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고향 이야기를 들려주고, 아이들은 그 기억을 품고 자라난다. 언젠가 아이들이 또 다른 세대에게 새로운 추석을 만들어갈 것이다.
시대가 변하면서 추석의‘형태’는 달라질 수 있다. 송편이 편의점에서 사 온 것이 될 수도 있고, 제사가 간단한 추모의 시간으로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마음만은 잊혀서는 안 된다. 추석은 결국‘나는 뿌리를 가진 존재다’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고향에 가지 못한 이들은 도심의 아파트 창문 너머로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부모를 떠올리고, 해외에 있는 이들은 낯선 땅에서 같은 달을 보며 고향을 그린다. 달은 국경도, 거리를 넘어, 모두의 마음을 이어주는 공통의 상징이 된다.
예전처럼 온 가족이 다 모여 제사를 지내고 긴긴밤을 함께 보내는 풍경은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추석의 정신은 여전히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 있다. 고향을 향한 그리움, 부모를 향한 감사, 세대를 잇는 사랑은 달빛처럼 은은하게 퍼져나가며 시대를 초월한다.
앞으로 추석의 모습은 지금보다 더 변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제사를 대신 준비하거나, 가족들이 메타버스Metaverse 공간에 모여 가상으로 차례를 지내는 날이 올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격식이 아니라 마음이다. 화면 속에서라도 서로의 안부를 묻고, 작은 선물 하나에 마음을 담고, 메시지 한 줄에 그리움을 전한다면 그것이 곧 추석의 의미가 된다.
추석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변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의 젊은 세대가 부모가 되고, 또 그들의 아이들이 자라면서 새로운 모습의 추석을 만들어 갈 것이다. 그때에도 변하지 않는 것은, 달빛 아래 서로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인간적인 따뜻함이다.
올해도 달은 어김없이 추석 달은 둥글게 떠올라 우리를 비춘다. 그달을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금 깨닫는다. 추석은 단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과 미래를 이어주는 살아 있는 명절이라는 사실을…. 추석은 오래도록 우리 곁에서 가장 따뜻한 날로 남아 자신이 누구인가?를 알게 할 것이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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