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 AI 행정’, 전북의 디지털 전환은 ‘공허’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0일
정부가 ‘AI 기반 행정혁신’을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지방자치단체의 전문 인력과 시스템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는 ‘AI 기반 산업 활성화’를 미래 성장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음에도, 그 토대를 떠받칠 행정 인프라와 전문 인력 확보는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공개한 행정안전부 자료는 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국 243개 광역·기초 지자체 전산직 공무원 4,549명 중 데이터직은 단 19명(0.4%)에 불과했고, AI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도 349명(7.6%) 수준에 그쳤다. 광역단체 가운데 데이터직 공무원이 있는 곳은 광주가 유일하며, 서울·부산·인천 같은 대도시에도 한 명도 없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기존 전산직 공무원이 정보시스템 관리와 보안 업무를 수행하면서 AI 관련 업무까지 겸하고 있다. 말 그대로 ‘겸직 행정’이 AI 혁신의 전부인 셈이다. 문제는 이러한 인력 공백이 지역 산업 경쟁력 전반에 직결된다는 점이다. 전북은 AI·데이터 산업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농생명·모빌리티·홀로그램·양자기술 등 다양한 신산업과의 융합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빅데이터 플랫폼, 공공클라우드 센터, 정보보호클러스터 등 디지털 인프라 구축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이 실제로 현장에서 작동하려면 이를 설계하고 운영할 전문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처럼 전산직 공무원 몇 명에게 ‘AI 업무’가 덧붙는 방식이라면 한계는 분명히 있다. 최근 정부의 ‘지역 주도형 인공지능 대전환’ 공모에서 전북이 최종 선정되지 못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가 과정에서 “구체성과 실증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는 인프라나 비전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사람의 문제’였다. 현장을 설계하고 실행할 전문인력이 없으니, 사업의 구체성과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AI 산업 활성화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과 제도의 문제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따라서 지금 전북이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일은 화려한 전략 수립이 아니라 AI·데이터 전문인력 확보다. 정부 역시 데이터직·AI직군을 별도 체계로 정비하고 광역 단위 공동정원제, 전문인력 순환배치 제도 등 근본적 인력 구조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북도는 이에 발맞춰 ‘AI 전담조직’을 확대하고, 전문직 채용·교육·인센티브 체계를 정비해 실질적인 전문 인력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 연수나 단발성 교육만으로는 결코 행정의 체질을 바꿀 수 없다. 또한 AI 행정혁신의 방향도 다시 짚어야 한다. AI 기반 행정이란 단순히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해 정책을 설계하고 행정 의사결정을 효율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보다 ‘데이터를 읽고 활용할 수 있는 행정문화’가 더 중요하다. 전북이 추진 중인 ‘전 직원 AI 역량 강화 교육’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지만, 실질적인 업무 전환으로 이어져야 한다. 즉, 정책 설계 단계부터 데이터 분석이 반영되고, 부서 간 협업이 자동화되는 체계로 발전해야 한다. AI 행정을 대비한 윤리·보안도 중요하다. 전국 지자체의 93%가 “AI 기본법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힌 것도 인력 부족 외에 ‘윤리적 판단 기준의 부재’ 때문이다. 기술이 빠르게 진화할수록 그 운영 주체인 공무원의 전문성과 책임감이 더욱 중요해진다. 전북은 이러한 구조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다루며, 신뢰받는 AI 행정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사람 없는 AI 행정의 공허함이 있어서는 안 된다. |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  입력 : 2025년 10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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