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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과 기도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29일
최인숙 아동문학가

이른 아침 시작기도를 시작으로 묵주를 들고 주모경을 묵상하며 집을 나선다. 아파트 둘레길을 산책하며 기도로 하루를 열고 있는지도 꽤 되었다. 주민들에게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으면서 아름다운 자연을 오롯이 느끼며 산책할 수 있도록 조성된 둘레길을 처음 발견한 것은 퇴직하고도 1년이 지난 때였다. 오랫동안 살면서 아파트 울타리 안에 이렇게 멋진 산책길이 있으리라고는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길이다. 크고 작은 네모 벽돌길, 동그란 모양의 콘크리트 길, 오르고 내리는 작은 언덕을 징검다리처럼 걷도록 만들어놓은 부드러운 통나무길, 사이사이로 촉촉한 흙을 밟을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이 아름다운 숲길에 감사함이 절로 나오고, 이렇게 숲을 설계하고 조성한 조경전문가는 참 따뜻하고 멋진 사람일 것 같다.
수많은 큰 나무, 작은 나무, 잡초, 꽃들이 어우러져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생태계의 환경에서 아름다운 질서의 힘을 배운다. 고개를 들어 우람한 소나무를 보며 그 멋스러움에 눈을 떼지 못하고 감동하는데, 텔레파시가 통하듯 눈을 아래로 떨어트리니, 발끝에서 질경이, 씀바귀, 애기똥풀 등의 들꽃들이 아기자기하게 반겨준다. 특히 숲길에서 유난히 많이 보이는 보라색 맥문동 꽃은 걷는 이의 품격을 높여준다. 꼿꼿한 보라색 꽃대는 흐트러짐 없이 그 자태를 우아하게 지키고 있다. 잘 시들지도 않고 여름 내내 피어 있다. 한동안 온전히 피어 있는 진보라 꽃만 보였는데, 보고 또 보니 이제 막 자라고 있는 하양에 가까운 연분홍 색의 작은 맥문동, 조금 더 자라서 연 보라 꽃을 가지고 있는 맥문동 꽃들이 있다. “아, 맥문동 꽃이 이렇게 자라는구나!”
정해진 지휘자도 없이 아름다운 숲에서 감상할 수 있는 자연의 소리 악단의 연주는 명물(품)이다. 연주자는 하얀 몸에 날개와 목에는 검은 댕기를 두르고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검은댕기 해오라기’, 검은 색 긴 꼬리를 가진 날렵한 ‘까치’, 갈색 머리에 하얀 잿빛 몸을 밝은 다갈색 날개로 살포시 감싸고 있는 앙증맞은 ‘참새’, 작은 모습으로 우렁차게 소리하는 여름의 상징인 ‘매미’, 잘 보이지 않지만 소리로 존재를 과시하는 ‘풀벌레’ 소리 그리고 작지만 쉬지 않고 낮게 울려주는 ‘기도’ 소리까지 다양하다. 이 자연의 소리 연주를 가만히 음미하며 듣다 보면 그 조화로움이 경탄스럽다. 누구도 혼자서 소리를 독차지 하지 않고 검은 댕기 해오라기가 짧고 날카로운 소리로 “꺄악 깍~”, 간간이 울리면 매미가 리듬 있게 중간을 장식하고, 까치는 빠르고 거친 소리로 “깍깍깍”, 드문드문 받쳐주고, 양념처럼 참새가 “짹짹 짹짹” 화음을 넣는다. 풀벌레들은 그 자체로 하모니를 이루어 “찌르르 찌르르”, “치익 치익” “쓰르르 쓰르르” 적당한 틈을 풍요롭게 장식한다. 그리고 기도 소리까지 조화롭게 화음을 만들어 완전한 한편의 연주음악으로 숲 속에 울려 퍼진다.
이렇게 멋진 자연의 음악회를 누가 지휘 하고 있다는 것인가! 기도와 함께 그 큰 힘이 장엄한 믿음으로 승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간간이 한 두 번은 반려견과 마주치는데,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서 귀여운 ‘말티즈’, 갈색 털이 풍성한 ‘포메라니안’, 눈은 크고 체구는 작은 ‘치와와’, 부리부리한 ‘시추’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들 반려견과 함께 나온 사람들의 모습도 여러 가지이다. 어떤 사람은 목줄을 잡고 먼저 앞에서 걸어가니 반려견이 계속 비틀어진 목으로 끌려가는 모습이다. 어떤 사람은 목줄을 잡고 있지만 먼저 가지 않고 뒤에서 강아지가 가면 따라가고, 강아지가 멈추면 서 있고, 딴 짓하면 그대로 뒤에 서서 답답할 정도로 기다리고 있다. 가다 멈추기를 수도 없이 반복하며 강아지의 자유를 존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이 기도의 주님이 우리에게 하시는 모습이 저럴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드는 순간이다. 또 어떤 사람은 지나는 사람이 놀라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잠시 반려견을 데리고 한쪽으로 피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 좁은 길에서 강아지가 낯선 사람에게 달라 들어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짧은 만남에서 여러 가지를 느끼고 배운다.
둘레길을 한 번 산책하는데 약 30분 소요된다. 한 번 더 돌면 한 시간이 된다. 처음엔 빠르고 당당한 걸음이지만 한 시간쯤 되어갈 때는 걸음도 늦어지고 힘이 없으며 온 몸에 송글송글 땀이 베어오는 듯하다. 때마침 기도도 오늘 계획한 주모경 60회에 가까워진다. 집에 들어가 마짐 기도를 하면 하루가 산뜻하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10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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